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센터 박장원 팀장. ⓒ박장원

오늘도 더운 날씨에 겸연쩍게 사무실 문을 들어서는 S씨. 10여 년 전 대구의 모 종합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졸업한 그는 ‘대경 실내디자인 인테리어 전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 분야 전문가를 꿈꾸던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이었다. 그는 국가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달라 대부분의 사람이 기피하는 특공부대를 지원하여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는 한 번의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설계 변경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나이 25세 때의 일이다.

수 년 간의 병상생활을 떨쳐내고자 재활훈련에 매진한 결과 이제는 남들처럼 보장구 없이 걸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소주 한 잔으로 달랠 수 있을 만큼 건강도 회복했다.

요즘 그는 매우 바쁘다고 한다, 오전시간에는 IT교육을 받고 틈틈이 경제신문도 탐독하고,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주식 투자도 한다. 그리고 늘 취업 정보를 얻고자 우리 공단 사무실을 잊지 않고 방문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올해는 꼭 일자리를 구하고 장가도 갈 작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등록현황을 조사해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008년말 기준 220만명이며, 이 분들 중에 S씨처럼 중도에 장애를 입거나 질병과 노환 등으로 후천적장애인이 된 비율이 90%가 넘는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부터 우리 동양사회 정치학의 근본인 유학의 사서오경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늘 강조하여왔다. 『예기』「예운」편에서는 ‘대동’(大同)이라는 이상사회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즉 “대도가 행해지는 세상으로서 천하를 공기로 생각하여 현덕 있는 자나 재능이 있는 자를 뽑아서 충신을 강의하고 화목의 도를 닦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독 자기의 어버이와 자기 자식만을 친애하지 아니하며, 노인을 안락하게 하고, 특히 홀아비, 과부와 자식 없는 외로운 사람과 그리고 장애인과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모두 부양되는 세상, 그리하여 절도난적이 생기지 않는 바깥문을 닫지 않고 안심하고 생활하는 세상이라고 한다”라고 했으며, 『서경』「대우모」편에는 “정치는 힘이 없고 불쌍한 존재인 백성을 기르고 부양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합리성을 앞세워 과학과 실용주의라는 잣대를 사회 모든 방면에 적용함으로써 많은 순기능이 생겨났지만, 금전만능주의의 만연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다. 보릿고개 같은 절대적 어려움은 이젠 노년층의 추억담에서만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생활양식이 풍족해졌다. 그러나 대동사회처럼 ‘대문을 활짝 열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장래가 촉망받던 젊은이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어렵게 신체적 재활에 성공했으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미래를 설계하기 힘든 현실이 유감스럽다.

필자의 직업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고, 취업에 필요한 기술훈련을 제공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 깊은 자책감을 느끼며, 아울러 한분의 장애인이라도 더 일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기업의 참여를 간곡히 촉구한다. 우리 공단은 장애인의 고용촉진을 위해 설립된 이래로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 보조공학기 무상 지원, 부담금 징수, 각종 융자지원, 직업훈련지원 등의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더욱 빛을 발하려면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개선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어야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센터 박장원 팀장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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