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스물다섯번째 편지 : 11월 16일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예쁜 얼굴의 소유자 우리 민정아!

요즘 날씨가 좀 춥지,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딸 민정이는 손발이 많이 차서 조금은 걱정이었는데, 아빠가 족욕기를 이용하여 우리 딸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주시잖아. 그 덕분인지 그 순간만큼은 온몸이 따뜻해져 잠드는데 숙면을 취할 수가 있어서 참 좋지. 아빠의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인지 부녀 사이가 아주 많이 보기가 좋단다.

엄마와 아빠의 삶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랑하는 딸이 곁에 있기에 감사함이 많고, 너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의 감사라는 감탄사가 연속적으로 나오니 이것이 행복임을 느끼게 되어 너무 좋다.

어느새 수능이 하루가 남았네. 누구보다 긴장되는 건 수험생 자신일 터인데, 의식하든 그렇지 않으려 하든 1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과 압박이 있으니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나 그 부담과 압박감도 우리 딸 민정이 입장에서는 부럽다는 표현이 나오지.

4개의 심장병으로 인한 고열로 뇌에 전이가 되어 뇌병변 중복장애가 있어서 수능시험 보는 것이 어렵지. 교복을 입고, 다른 친구들과 수능시험장에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표시하고 나오는 것이 꿈이 되었네.

다른 친구들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12년간의 공교육 받은 모든 것을 오는 11월 17일 이 하루가 인생을 결정 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만18세인 수험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이기도 하지. 엄마는 우리 딸 수능시험을 치지 못해서 속상한 것보다는 수능시험 그날 컨디션 조절 실패로,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벨 소리가 나서 퇴장당하는 학생들, 그리고 수능시험을 잘못 봐서 자살하는 학생이 있을까 봐 조금은 염려가 되는구나.

지금 현 상황에서는 우리 딸이 고3일 때 수능시험장에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그러나 우리 딸 민정이에게 1%, 아니 0.1%, 아니 0.001%라는 기적이 생기면 가능한 일들이겠지.

그 기적이 일어나 공교육 제도권에서 벗어나 검정고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수능시험장에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표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 기적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딸 민정이를 향하신 계획이 있으시기에 이런 상황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엄마가 2018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에서 영어로 강연한 일부분을 우리 딸과 수험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소개하면서 민정이게 쓰는 편지 25번째 글을 마치려고 한단다.

Now I’m dreaming bigger.

저는 이제 더 큰 꿈을 꿉니다.

I hope, one day, my daughter will get a GED.

언젠가 제 딸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중략~~

I am not ashamed of my daughter.

저는 더 딸아이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I am proud of her, now.

오히려 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I am looking for another miracle.

이제 저는 더 큰 기적을 꿈꿉니다.

A miracle that one day my daughter will speak.

언젠가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적을요.

It wasn’t an easy path. 그러나 쉬운 여정은 아닙니다.

There are a lot of children with multiple disabilities all over the world.

세계에는 중복장애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Min Jeong and I want to give courage to those people.

그리고 언젠가는 민정이와 함께 그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I want to that in Carnegie Hall one day.

카네기 홀 무대에 서서 말이죠.

Everybody needs help.

모든 사람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Disabled people just need more.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단지 조금 더 필요로 할 뿐입니다.

We need to make the world happy for everyone.

우리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We all have our own burdens.

모든 사람에게는 마음의 짐이 있습니다.

Throw your hat away like I did.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짐을 벗어 던지세요.

Find someone who needs your help.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보세요.

Try to make other feel better and you will find happiness.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여러분도 행복해질 겁니다.

Together, we can make the world better.

함께라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God bless you.

당신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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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칼럼니스트 한국장애인연맹 강원 DPI 활동가이자 세계는 민정이 놀이터 행복 강연가로 민정이와 엄마인 저의 성장 스토리를 연재한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그리고, 차별을 넘어 나눔과 배려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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