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07년에 응시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표. ⓒ장지용

제가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읽었고, 그 표현을 읽어보니 정말 말이 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것이 재미있는데, “민족 최대의 명절 수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표현을 읽고 나서 한참을 웃으며 그런 발상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김없이 태풍도 코로나19 위기도 10·29 참사도 무엇이고 다 뚫어내고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 시즌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수능을 볼 장애 학생들이 있을 것이고 또 이미 수시모집에서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들고 2023년 3월 대학 캠퍼스를 활보할 꿈을 벌써부터 꾸고 있는 장애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수능을 봤던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 전인 2007년이었습니다. 벌써 수능시험을 쳤던 날로부터 15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세월도 빠르긴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번에도 수능시험장에 갈 수 없는 또 다른 존재들을 생각합니다. 장애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는 그런 장애 학생들, 특히 선택받은 자들이 아닌 이상 수능 응시를 절대 꿈꿀 수 없는 발달장애 고3을 보면 뭔가 마음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매우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대학생이 되는 것은 엄청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대학 생활을 경험해봐서 느낀 것이지만 발달장애를 가지고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은 거대한 모험이자 도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발달장애 고3 학생들이 졸업한 뒤 그다음 돌아오는 3월에 무엇을 할지 걱정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저도 사실 그 시점에 ‘과연 돌아오는 3월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인생의 고민을 살짝 했었습니다. 그 결말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극적으로 날아온 대학 합격증으로 해결되었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게 되어 그 고민을 적어도 4년 더 하면서 미래를 향한 준비를 차분히 시작할 수 있는 발달장애 대학생이면 대단히 운 좋은 것입니다. 그 대학 생활로 결국 선택받은 발달장애인으로서 엄청난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기도 합니다.

그런 대학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는 선택받은 발달장애인이 아닌 이상, 상당수 발달장애인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는 한 졸지에 황량하게 그 또래의 연결 그런 것 없이 덩그러니 사회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기에 최근 성인 발달장애인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도 살짝 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면서 삶을 꾸려야 하는지, 인생에 관한 구글 지도는커녕 종이 지도 한 장 없이 발달장애인은 사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 층의 수능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보면 ‘공정의 상징’이자 ‘이것을 보지 않으면 청년의 자격이 없는 청년 레벨테스트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대학 입시 부정 논란이 터지면 결국 젊은 층의 반응은 결국 ‘그럴 거면 수능 치고 대학 와라’는 것이 자동 완성 결론인 현실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환되는 청년이라는 존재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대졸자인 현실을 보면 그렇습니다. 청년 노동자라고 말해도 대부분 대학에 재학하거나 휴학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이거나 대졸 노동자인 것이 현실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간대학이거나 방송대학, 사이버대학 등 다른 과정을 통해 ‘다른 방식의 청년 레벨’이 부여되는 사례도 있겠지만 그러한 것을 사용하거나 사용하는 발달장애인은 제가 찾아봐도 몇 안 되었습니다. 아니면, 수시모집을 통해서 대학에 진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시모집도 엄연히 대학 입시인 만큼 ‘수능은 아니더라도 수능에 준하는 청년 레벨 부여 방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 요즘은 수시모집도 결국 수능을 봐야 하는 최저학력 조항이 있는 것도 있다더군요.

발달장애의 한계로, ‘수능이라는 이름의 청년 레벨테스트’라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인 발달장애 고3에게는 결국 ‘청년 레벨 미부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다른 ‘청년 계급’에서 그렇게 분리되어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게 되는, 즉, ‘통합’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사라집니다.

발달장애 고3에게 수능이라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요?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는 다들 휴교를 하니 또 수업이 없는 이상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고, 특수학교 고등부에서는 아예 별 날 아닌 것처럼 있을 것입니다. 사실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교육과정으로는 대학 입학이나 수능 응시가 불가능한데, 교육과정 구조가 아예 다른 탓에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재학생의 대학 입시 도전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학생이 특수학교에 간 순간 대학 진학의 문은 그렇게 닫혀버립니다.

그렇게 한국 사회에 진입하면서 청년이라는 연령에 따른 계급인 ‘청년 계급’을 부여받아도 결국 ‘레벨 미부여’라는 첫 시작을 안고 시작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사회적 지원도 준비도 제대로 짜인 것 없이 사회로 나오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그렇게 예고하는 것이 발달장애 고3의 수능시험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떻게 수능을 바라볼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도 수능을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좋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기도 하면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수능을 본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다고 말한 부모는 아마 최대의 경사를 누렸지 않았을까 하는 웃을 수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청년 레벨테스트’가 된 수능을 저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발달장애 고3을 보면서 이미 수능을 봤던 발달장애인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살짝 있습니다. 죄책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부류만 이러한 ‘특전 아닌 특전’을 누렸다는 그런 계급적인 미안함이 들기 때문입니다.

‘청년 레벨테스트’로 변화한 수능, 이제 또는 언젠가 ‘선택받은’ 발달장애 고3들이 응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청년 레벨’을 극적으로 받은 발달장애 고3에게 ‘청년 레벨 부여’라는 거대한 축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바깥에 사회라는 세상에 ‘청년 레벨테스트로서의 수능’이라는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나오게 된 발달장애 고3을 슬프게 생각합니다.

사실 ‘수능 없이도 청년 레벨이 생기는’ 기적은 엄청난 것이긴 하지만, 그들이 2023년 3월에 무슨 일을 경험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 출발만은 잘 이뤄져서 ‘수능 없이도 청년 레벨이 생기는’ 기적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런 기적이 나오면, 엄청난 성공일 것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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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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