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원래 조화로운 것이다. 이는 서양철학의 ‘코스모스’라는 질서와 상통한다. 세상이 혼란해진 것은 사람들의 얼굴에 일곱 개의 구멍이 생기고부터이다. 눈이 두 개, 콧구멍이 두 개, 입이 한 개, 귀가 두 개 이를 합하여 일곱 개의 구멍이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살고 싶은 것에 얽매이면서 세상은 혼란(카오스)해진 것이다. 장자는 이를 탈피하여 작은 물고기가 자라서 물을 따라 자유롭게 노닐 듯, 자신을 수양하고, 새가 창공을 따라 자유롭게 나르듯 세상을 굽어보며 높은 경지에서 사람들의 스승이 되는 과정을 도라 했다.

장자는 7편의 내편을 썼다. 총 33편 중 외편과 잡편은 후대에 제자들에 의해 쓴 것으로 본다. 장자는 서구의 소크라테스, 동양의 공자와 같은 동시대의 전국시대 사람이다. 공자는 세상을 바로잡고자 어지러운 세상의 군주의 스승이 되고자 하였으나, 정치에 참여하여 구세하는 것을 실패하고 결국 제자를 양성하는 길을 택했다.

장자가 말하는 공자는 학식이 높은 사람을 상징하여 패러디한 인물이다. 장자는 공자의 의나 인 역시 인간이 만든 고정관념과 관습이므로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본연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연에 의존하여 자유를 누리는 것이 도라고 했다.

도는 존재의 회복과정이며 도가 깃든 것을 덕이라고 한다. 내편 7편 중 소요유편에서는 자유로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신의 주인으로 노닐며 살아가는 것을 소요유라 했다. 인간세편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자세에 대해 말했고, 덕충부편에서는 덕을 쌓는 방법을 논했다. 장자의 철학은 우화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 나가는 방식이다. 인간세와 덕충부에 인용되는 장애인들을 살펴보자.

덕충부는 덕이 충만한 상태이다. 덕충자는 존재의 실상을 회복한 개별자이다. 외형(육체)은 잠시 머무르는 곳인데, 외형에 집착하는 것은 도의 걸림돌이다. 외형인 몸은 찰나이지만, 몸 안에 있는 정신은 영원한 자아이므로 찰나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즉 영혼 불멸성을 이야기한다.

관습이나 고정관념은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움직이는 물에 거울처럼 자신을 제대로 비출 수 없다. 그러므로 감정이나 권세 등에 출렁이지 않고 침잠한 자아에서 거울에 비친 참모습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장자가 인용한 장애인은 내부장애인이나 시각, 청각, 정신적 장애인은 없다. 외모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을 위해 지체장애인만 언급한 것이다. 아마도 감각 장애인을 언급했다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좋은 조건이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다른 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정신적 장애인은 본래의 자아를 찾기 어려운 존재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장애인을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사용했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 입장이나 진정 장애가 무엇인지에 고민한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주장을 감안하면 감각장애나 정신적 장애 역시 장애로 보지 않았을 것으로 장애인 인식에 자기 존재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달리 해석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학식이나 지혜 역시 해방되어야 할 문제로 보기에 정식적 장애라고 달리 해석할 리는 만무하다. 세상의 존재는 모두 귀하고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니 다른 장애 영역도 수용하는 태도였으리라 믿는다. 마치 드라마 서동요에서 선화공주가 서동에게 세상에서 하잘 것 없는 물건들을 말하자 서동은 일일이 쓸모 있는 사용처를 말하면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을 연상하게 한다.

먼저 인간세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해 알아보자. 지리소는 곱추로 인한 심한 기형인이다. 턱이 배꼽에 묻히고, 어깨는 이마보다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장은 머리 위에 있으며, 다리는 겨드랑이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바느질을 하고 빨래를 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는데, 장애로 인해 부역도 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았다.

천세를 누렸으니 덕을 자랑하지도 않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한 자유로운 삶의 의미를 설명한다. 폭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누릴 기회로 장애를 보고 있으며, 장애를 결코 사회의 부담이나 약자로 보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전국시대에 피해자로 장애인은 흔한 것으로 멸시의 대상이 아니었다.

덕충부에 나오는 장애인들을 알아보자. 왕태(외발이)는 형벌로 인해 다리를 잃은 자이다. 아무런 가르침도 없는 왕태가 사람들에게 충만함을 주는 이유는 장애는 한줌 흙을 흘린 것과 같다며 차이를 보지 말고 동등함을 알면 그의 덕을 추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도를 지켜 멈추어 있는 상태가 덕인데 왕태는 덕으로 멈추어 있기에 만인의 스승이라고 장자는 말한다.

신도가 역시 형벌로 한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다. 전과자이고 불구인데 그를 예후하며 오히려 권력자를 대우하지 않는 것을 사람들이 탓하자, 어지러운 세상에 외다리가 오히려 당연하다며 구천용귀인데 학문에 귀천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장애는 사회적 제약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으로 귀천을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폭군에 의해 수탈과 전쟁이 잦은 시대에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를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산업재해나 공해, 편의시설의 부족 등으로 인한 장애는 멸시의 대상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를 권력자에 희생된 서민을 상징하고 있다.

숙산무지는 형벌로 발가락을 잃은 장애인이다. 숙산무지가 공자를 찾아가 지혜를 묻자 말을 함부로 하여 당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발보다 더 중요한 답을 찾고자 했으나 실망하여 다시 노자를 찾아가니 도의 세계로 극복해 보라고 말한다. 장자는 권력이나 학문적 권위와 덕은 다르며 오로지 스스로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이는 자기정체성을 말한다.

애태타는 슬프고 어리석은 낙타(곱사등이)를 말한다. 추남임에도 사람들이 좋아한다. 권력, 재력, 학식과 같은 것은 인위적인 것이며 애태타는 덕이 있어 세상을 밝힐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장자는 설명한다.

인기(절름발이), 지리(곱사등이), 무신(천청이), 옹앙대영(혹부리)들은 장애인으로 덕성이 높아 군주를 매료시켰으며 오히려 비장애를 비정상으로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장자는 장애를 소외나 약자로 보지 않았다. 돌볼 대상으로 보지도 않았고 극복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았다. 장애를 보지 말고 능력이나 그의 인간됨을 보라고 했다. 오히려 외형이 아름다운 이들은 세상에서 인기를 얻지만 이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을 참된 세상의 주인으로 보았다. 즉 장애를 자선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꾸짖은 것이다.

진리란 없다고 하면서 판단 기준이나 인위적 틀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아존중과 자연주의적 자유를 통해 장애 역시 해방된다고 보고 있다. 편견이니 예절이니 도덕이니 허는 것들도 거추장스러운 옷에 불과하다. 장애 자체가 편견이며 장애가 아닌 인간으로 볼 경우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장자는 윤회설이니 환생이니 인과응보니 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고(인용한 적은 있으나 돼지가 아니라 소로 태어나도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함) 후세에 옷을 입힌 음양오행이나 인간의 ‘기’도 언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곤어, 응제왕-자신의 주체가 됨)과 우주의 주인(봉새, 대종상-사람들의 스승이 됨)으로서 자기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자는 장애인을 타고난 권리를 가진 자로 보고 있다. 장애는 또 다른 강점이며 개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몸을 상하는 감정을 제거하고 자기 성장을 의미하는 양생편에서도 외다리 우사는 새 장 속의 권력을 비웃으며 하늘이 준 외다리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응제왕편에서도 군주가 억압하는 것을 빗대어 ‘대중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군주는 없다’며 스스로 살도록 여건만 만들어 주고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간섭하지 않는 것이 존중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장자는 장애 해방을 말하면서 세상을 덕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이다. BC 3세기의 장애관이 오늘날 장애학 관점과 상통하는 것이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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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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