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회분야 토론회 토론장 전경.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Youtube 동영상 캡처

제20대 대선 전, 사회 분야 토론회 때 성인지예산 관련 질문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현 대통령은 여성 위한 예산이라고 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 극복과 남녀 성 평등을 위해 고려할 예산을 모은 게 성인지예산이라 했고, 심상정 후보는 여성 정책에 대해 코멘트할 사람이 없냐며 윤 후보를 질타했다.

여성가족부에선 이와 관련해 성인지 관점 대상에서 분석 대상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이 성인지예산임을 작년에 사실 확인을 해줬다. 공공예산 편성 시 남녀의 우선순위와 요구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성인지예산이다.

성인지 정책이란, 고정된 성 역할 반복으로 인한 성별 고정관념을 민감하게 인지해 고정관념으로 확대되는 차별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다. 이와 관련한 성인지 통계는 남녀간 불평등한 상황을 점검, 평등한 상태로 이행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걸 토대로 보면 결국 윤 후보는 성인지 관점 부재를 드러낸 거다.

성인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용률이 낮고 훨씬 더 많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이런 현실이라, 성인지 정책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면 장애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올해 2020 장애인실태조사를 통해 잠깐이나마 한번 보자.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여성장애인 통계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선, 결혼과 자녀, 그리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통계들로 이뤄져 있다. 자녀 양육 시 애로사항, 임신할 때 힘들었던 점과 유산 경험 등 임신, 출산 등에 관련한 문항 등으로 여성장애인을 분류한다.

그런데, 임신, 출산 외에 직장에서의 임금·승진, 사회참여, 문화·여가활동 등의 일상생활, 폭력 및 차별 경험이나 주거 현실 등에 대해 여성장애인, 남성장애인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통계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통계 있으면, 장애인 남녀 간 구체적 불평등 상황을 알게 돼 성차별 개선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없다.

여성장애인과 남성장애인의 직장에서의 임금 비교의 경우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조사한 장애인고용패널조사 등에서 나오지, 장애인실태조사에선 나와 있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 교육 분야에선 무학, 초졸 이하, 중졸, 고졸, 대학교 이상의 비율에 대해 여성장애인, 남성장애인 비교한 통계 역시 장애인실태조사에선 찾아볼 수 없고,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제작한 장애인 통계집에 나와 있다.

2020 장애인실태조사 여성장애인 통계 가운데 임신기간 중의 힘들었던 점에 대한 통계.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실태조사에서의 여성장애인 통계가 나온 것을 바탕으로 도출한 시사점 및 정책 제언을 보면, 장애인에게 만남 제공 방안의 적극적 모색, 임신·출산 지원책 마련 시 임신 전후 과정에서의 여성장애인의 건강관리 필요 등으로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지원방안만이 언급돼 있다.

여성장애인이 취업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나와 있지만, 이게 남성장애인과 비교해 얼마나 취업에서 차별받길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한지는 나와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여성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이 143.15만 원으로 남성장애인(257.41만 원) 소득의 55.6%이고 2021년 공공기관, 민간기관의 의무고용률이 각각 3.4%, 3.1%인데 비해 여성장애인과 남성장애인이 각각 공공기관, 민간기관에 취업한 비율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는 통계가 장애인실태조사에 나왔다(실제로 비교통계는 없음) 치자.

여성장애인이 남성장애인에 비해 공공기관, 민간기관 취업비율이 약 절반 수준(실제로는 통계가 나와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이라는 등의 결과가 나왔다고 치면, 이런 통계들을 통해 공공기관, 민간기관의 장애여성 의무고용률 50% 할당제 도입이 필요하단 등의 제언을 우리는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실태조사에는 이런 성인지 통계가 없어 이 같은 제언을 찾아볼 수 없는 거다.

시사점 및 정책 제안을 통해 여성장애인은 결혼·임신·출산·양육 중심의 지원이면 된다는 식의 결론과 다를 바 없기에, 여성은 집 안에서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유지·심화시키는 방향이고, 이는 성인지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장애인 남녀 간 구체적 불평등 상황을 알 수 있는 등의 성인지 통계가 없으니 그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실제 대한민국 여성장애인 정책은 교육지원과 출산비용 지원으로 이뤄져 있다. 무학 또는 초등 이하의 저학력인 여성장애인 비율이 높은데, 교육지원을 통해서라도 역량 강화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글 교육 등 단순 기초 교육을 넘어 의식화, 사회화로 연결되지 않는 등 역량 강화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니 사회화, 의식화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성인지 관점의 교육이 필요한 현실이다.

종합하면, 여성장애인 정책은 실제로도 결혼·임신·출산·양육 중심의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어 성인지 정책이 부재하다. 이런 정책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요인 중에는 대한민국 사회에 가부장적인 요소가 짙다는 것에서도 그 요인이 있다고 본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한여장)이 2022년 4월 17일 ‘제3회 한국여성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장애계의 숙원인 장애여성지원법의 조속한 제정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DB

이외에도 여성장애인 관련 장애인실태조사는 결혼 및 가임기 여성장애인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 아동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에 있는 여성장애인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 여성장애인과 관련한 생애주기별 장애인실태조사도 부재한 것이다.

따라서 여성장애인 관련 장애인실태조사는 결혼, 출산뿐만 아니라 교육, 고용, 문화생활 등의 일상생활 전 영역에서 장애인 남녀간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성인지 관점의 장애인실태조사로 다시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나오는 여성장애인 통계는 주기적으로 구축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기적 통계 구축을 실제로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결혼·임신·출산 등의 가족지원에서 여성장애인의 권리보장,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전환할 근거 및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물론 가부장적 사회에서 탈피하기 위한 대한민국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장애 관련 법률 및 정책에서 성인지 관점의 주류화 및 여성장애인을 위한 정책 개발을 8년 전 권고한 게 현실로 다가오게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성장애인 통계는 전 일상생활영역에서 생애주기별 장애인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주기적으로 구축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얼마 전엔 국민의 힘의 한 의원이 인구가족부를 신설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성인지 관점의 정책이 아닌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안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여성장애인을 포함한 여성은 권리의 주체이기보단, 객체요, 아이를 낳는 도구로 전락 당해 성별 고정관념을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우려가 거짓말이 되게, 정부는 여성계 요구대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인구가족부 신설 방안에 대해 다시 재고해 그 방안을 철회했으면 한다. 그리고 여성장애인도 우리 사회에서, 심지어 장애인 안에서도 차별받는 걸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정말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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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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