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체장애인이 근무 모습. ⓒGesellschaftsbilder.de

여섯째, 장애인 고용은 비용이 많이 든다?

사업주는 장애인 고용 시 대대적인 개조공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비용부담이 매우 큰 개조공사가 필요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갖고 있는 장애나 제약의 범위는 개인별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장애는 내부장기손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예를 들어 허리에 문제가 있는 근로자에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만 제공하면 된다. 시각장애인 근로자에게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같은 보조기기를 제공하면 된다. 또는 근로지원인이 장애인 근로자를 동행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같은 새로운 건축시설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경우 기업은 장애인고용 담당기구의 체계적인 상담과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경사로와 넓은 문, 엘리베이터, 음향이 좋은 환경, 쉬운 언어, 디지털 배리어프리 등은 비단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 앞 장애인 경사로는 휠체어 이용자 뿐만 아니라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다리를 다쳤거나 유모차나 보행보조기를 끄는 사람에게도 유용하지 않은가! 배리어프리를 실현하는 기업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부차적인 이득까지 볼 수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치료용 기립 보조기와 전동 휠체어용 이동식 좌석을 생산·판매하는 모조기업(Moso GmbH)에는 15명의 근로자 중 4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이곳의 사장 클라우스 기어제는 중증지체장애가 있는 데니스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부서에 채용했다. 척추부상으로 목 아래가 마비된 데니스는 입 근육과 음성으로 전동휠체어와 아이패드를 조작하며 근무할 수 있다.

기어제 사장이 데니스를 고용한 초반에는 기업 내 근무환경이 배리어프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데니스는 주로 재택근무를 했다. 이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여 새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고, 기업은 건물 내 모든 시설에 배리어프리를 실현했다. 또한 데니스가 아이패드로 작동할 수 있는 특별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모조 기업은 지역 관할관청을 통해 엘리베이터 공사 비용을 지원받았다.

기어제 사장은 폐와 심장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작업장 근로자 귄터를 위해 작업장에 최신 공기흡입장치와 넓은 창문을 설치했다. 이 역시도 지역 관할관청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손쉽게 이루어진 일이다. 기어제 사장는 분기별로 귄터의 건강상태와 근로 가능 정도를 체크한 후 그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조정한다. 만약 귄터가 하루 8시간 중 5시간만 근무 가능한 상태라면 다른 근로자들이 나머지 3시간을 보충하고, 그가 하루 8 시간 정상근무가 가능하다면 본인의 업무 외에도 동료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식으로 말이다.

독일의 대표 통신사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에는 약 10만명의 근로자 중 8퍼센트가 중증장애인이다. 도이체텔레콤은 Disability Affairs라는 부서를 설치하여 독일 전역에 분포된 지점을 대상으로 장애인고용 관련 맞춤형 상담지원을 제공한다. Disability Affairs 부장 레기네 하페는 말한다.

"기업이 장애인 근로자의 개별 특성과 요구에 맞추어 장애인 근로자를 일대일 동행할 때 장애인고용은 성공할 수 있어요."

도이체텔레콤은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유지에도 힘쓴다. 예를 들어 IT 분야에 종사하는 중증 시각장애인 근로자에게 근무 중 문제가 발생하면, 특별교육을 받은 IT팀이 그를 실시간 원격 지원한다. 기업은 청각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기업 내 중요한 회의나 행사에 수어 통역을 지원하고 수어를 통한 직원상담도 제공한다.

도이체텔레콤은 기업이 의지만 있다면 근로자의 장애는 물리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고, 장애인 근로자의 '특별함'은 금세 '평범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도이체텔레콤에 근무하는 중증시각장애인 팀 아렌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직도 저에게 사진이 첨부된 메일을 보내는 직장동료들이 간혹 있어요. 메일을 보내 놓고는 '아 맞다, 당신은 볼 수 없지요'라고 말하지요. 저는 이것도 성공적인 사회통합이라고 봐요. 사람들이 저를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저를 너무 특별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것 말이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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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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