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과 CSV’ 세션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이 3년 전 5월 2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한 첫 사회적 가치 민간 축제인 ‘소셜밸류 커넥트 2019(SOVAC)’에서 입장을 말하는 모습(왼쪽에서 두 번째) ⓒ에이블뉴스 DB

얼마 전 대기업이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기가 힘들어, 장애인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 이유로 장애인에게 적합직무가 부족하거나 이를 찾지 못했다는 것, 적합 업무능력 보유한 장애인을 찾기 어려웠다는 거다.

또한, 기업이 봤을 땐 장애인 채용은 정부 정책 수용을 위한 기업 책임이지만 한편으론 경제적 비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장애인을 채용하면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게 달성 안 되면 불편했다는 한 기업 인사채용 실무자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적합 업무능력을 보유한 장애인 인력을 찾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선 공단의 대기업에 대한 인력공급이 단순 직무 위주의 단시간 맞춤식 훈련을 거친 장애인력 모집과 선발에 의존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읽다가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비장애인과 동일한 일반사무직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조금 쉽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일자리로 채용됐다는 한 제조업 관련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사례를 보게 됐는데, 이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게 됐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진짜 쉽고 반복적인 업무에 꼭 종사해야 하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해야 하나?

미국의 한 대기업인 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전 CEO에겐 학습장애의 일종인 난독증(Dyslexia)이 있다. 난독증이란 듣고 말할 때 어려움이 없으나, 문자 판독을 어려워하는 것을 말하는데, 지능이 낮지는 않다는 점에선 지적장애와 차이를 보인다.

어쨌든 난독증이 있고, 위의 생각대로라면 스티브 잡스는 조금은 처리가 쉽고 약간은 단순한 일을 해야 하는 게 맞다. 한국 대기업에 입사면접을 보러 왔다면, 암묵적으로 장애를 이유로 채용탈락을 당하는 사람이 됐을 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강점인 상상력을 잘 살려 Apple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이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독일에 본부를 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SAP의 경우, 자폐성 장애인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것과 자료 분석 시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면서 회사에 혁신을 이룬 사례가 뉴스에 나오고 있다. SAP은 앞으로도 자폐성 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이 회사는 자폐성 장애인의 장애보단 강점을 제대로 간파해 회사 발전이라는 과실을 맛보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고용을 통해 회사 발전을 꾀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 SAP의 캐나다 사이트. ⓒSAP Canada 사이트 캡처

만약 인지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누군가 대화하고 협상할 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대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회사 차원의 발전을 위해 그 사람을 주요 업무에 써도 되지 않을까?

결국,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해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단순노무직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은 편견임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은 인지능력이 낮아서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란 것도 편견인 것이다. 장애인에게 적합업무란 어찌 보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 볼 수 있는 거다. 이는 장애를 인권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의료적 중심 사고관에 기초한 거다.

일반직무 수행능력 있어도, 민간기업의 높은 업무강도 피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에선, 장애인의 근속 유지가 어려움을 짐작하게 해준다. 실제로 고용주들은 장애인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차분한 분위기 조성, 쉬운 업무 지침 자료 등의 합리적 조정 제공을 권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장애인의 대기업 근속 유지가 어려운 거다.

대기업에 대한 인력공급이 단순 직무 위주의 단시간 맞춤식 훈련을 거친 장애인력 모집이란 대기업의 토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된 데는 장애인고용공단 산하 직업능력개발원의 훈련업종 등에도 문제가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개인의 욕구, 필요, 강점에 상관없이 훈련업종이 사무행정 지원, 서비스산업, 제조기술 등에 한정되어 있고, 약간은 천편일률적인 훈련이 진행되는 실정이다.

한편, 통합교육 및 통합직업교육은 장애 학생에게 합리적 조정을 제공하니, 직업능력 제고와 직업에 대한 자신감 향상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평등 증진을 통해 장애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초, 중, 고, 대학교 때 정당한 편의 제공 및 이를 통한 통합교육·직업교육 체계가 미비하니 장애인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건 이미 수없이 언급했으니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가는 전공과 훈련업종에도 대개는 바리스타, 제조업 등의 단순노무직에 중점을 두지,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훈련하는 건 아니다.

설령 지적·자폐성 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애인이 대학을 가더라도, 대학에 있는 장애학생은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에서 빠져 있다. 이 방안과 관련한 실행대책은 ‘대학진학정보 제작 가이드북’에 그치며 진로설정 및 취업 지원은 중3, 고등학생과 전공과 학생에 대해서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있는 장애학생은 제대로 된 진로설정 및 취업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거다.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에서 장애 학생 원스톱 취업 지원 연계 시스템 구축 체계도(안). ⓒ교육부

결국은 학교 직업교육을 받을 시 장애인의 강점, 욕구, 필요에 기반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에 따른 통합직업교육과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부재, 이런 직업교육을 위한 합리적 조정의 미제공 등으로 인해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일자리는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현실에 직면하는 거기도 하다. 여기에 장애인은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장애의 의료적 사고관에 기초한 편견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에 대한 의료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이것이 대기업 고용주 등의 윗선에게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일을 잘하기 위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 제공을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대기업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이 일을 잘하는 장애인이 될 수 있도록 학창시절 때부터 천편일률적 직업교육이 아닌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 강점에 기반해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되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 제공 등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다만 능력주의로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는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대기업에 채용되는 장애인이란 단순 직무 위주의 단시간 맞춤식 훈련을 거친 장애인력 모집이란 대기업 푸념이 많이 줄어들고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노무직이란 고정관념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의 장애인 기업 채용은 기업의 실질적 이익에 도움이 됨은 물론,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효과까지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8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서 기업이 장애인고용을 직접 선호하는 비율 36.9%라는 결과를 통해 기업이 장애인 채용을 꺼림을 입증한 이런 현실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장애인고용, 이제부터라도 인권 관점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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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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