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내정자에게 질문하는 모습. ⓒ국회방송 유투브 캡처

지난 3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삭발 시위와 관련해 삭발과 단식 투쟁 이유에 대해서 아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질문에 내정자는 모른다거나 답변하지 않은 사실을 이번 주 동영상을 보며 알게 됐다.

복지부 장관 내정자라면 삭발, 단식 투쟁 이유에 대해서, 물어서라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투쟁하니, 그 지원체계가 무언지 물어서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것조차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비리 의혹 해명만 하려고 하니, 어떻게 복지부 장관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 체계에 대해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와의 논의가 없는 게 솔직히 불만이지만 말이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삭발, 단식농성에도 인수위가 묵묵부답이자 인사청문회 때 정 후보자에게 대신 물어달라고 부탁하다가도 어차피 낙마할 사람인데 물어봤자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장애인 부모들이 한탄할 정도라니 말 다하지 않았나?

하긴 장애 인식이 낮고 장애를 치료해야 한다는 성향이 강한 의료사회 출신이니 장애 이슈에 대해 ‘노 답’인 게 이상하지 않다. AI를 통한 장애인 행동 치료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니 이런 건 이행하려 하겠지만 자폐성 장애는 사고와 감각의 차이에서 옴을 모르고, 행동을 치료하려 한다면, 자폐인 인권침해라는 걸 이 내정자는 알기나 할까?

이렇게 장애 이슈에 대해서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인권 감수성이 없는 태도를 지닌 복지부 장관 내정자임에도, 의사사회에선 장애, 인권, 복지 이슈 등에서 ‘노 답’인 이 내정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도 그를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걸 강행하려 하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임명된다면, 장애 이슈 모르고, 인권 감수성 없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가부장적 가치관의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정부에서 장애인은 전보다 더욱 차별을 받을 거고 세대, 젠더 간 갈등은 심화될 게 우려된다. 그런데 어제 윤석열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했던 취임사 중 일부는 필자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 발목을 잡는다며, 이를 해결할 키워드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지목하며 이는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혼자만의 노력으론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한 취임사 내용이 그랬다.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 연설 모습. ⓒKBS News 유투브 캡처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장제일주의 정책을 펼쳤다. 빠른 성장과 도약으로 경제 성장해 물질적으로는 국민들 삶이 풍요해지긴 했다. 하지만 성장만 중시한 채 사회보장제도 등을 통한 분배기능은 부실했기에, 계층, 소득 간 격차가 확대돼 불평등 악화의 부작용이 있었다.

더군다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해 장애인들은 사회의 빠른 성장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장애인이 말하는 능률을 따라가기에도 버거웠다. 나름대로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적응·발전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주위에선 너무 느리게 성장·발전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은 채, ‘빨리빨리’를 재촉하는 사이,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잃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하고 어울리는데 필요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은 우리 사회에서 권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등은 비장애인이 말하는 능률과 속도를 더욱 따라가지 못하고, 일을 못 하는 사람이란 사회 편견은 더욱 강화되어, 고용률과 소득에서 가장 낮은 장애 유형이란 게 현실로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고소득 계층과 이들과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커져만 간다.

최근 한 연구에서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시간에 따른 노동소득 증가량이 훨씬 컸기에 소득 격차는 2011년 1,417만 원에서 2018년 1,839만 원으로 늘어난 결과가 있었단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비장애인은 나름대로 효율과 사회의 빠른 속도에 적응하지만, 장애인은 이에 적응하지 못한 것에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장애인연금 등의 외부 공적 개입이 없었다면 이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했으니, 외부 공적 개입을 통한 소득 분배기능은 줄어들 테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득 격차는 더 심해질 거다. 장애인, 비장애인 간의 잠재적 사회 갈등은 커지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지 않겠는가?

아무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등 장애인에게 도약과 빠른 성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개인마다, 그리고 각 장애 유형별로 다른 다양성과 취향, 성장 속도를 존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각자 성장 속도, 취향은 다르다, 이것들도 존중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로 어우러진다면 양극화와 갈등은 전보다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에 지나친 사회 갈등과 양극화의 해결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단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빠른 성장과 도약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인권 감수성을 갖고 사회적 소수인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말이다. 장애인차별도 더 이상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될 거다.

다양성 대신 도약과 빠른 성장을 중시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함으로 분배기능은 더욱 작게 하려는 정부, 인권 감수성 없고 장애 이슈에 대해 전혀 모르는 복지부 장관 내정자 등의 현실로 인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인 차별은 지금 정부에서 더욱 심해질 게 우려되고 예상된다. 이런 나의 우려와 예상이 거짓말이었으면.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