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안과에서 처방 받은 약들. ⓒ조현대

모든 시각장애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외출을 꺼린다. 혼자 보행하다 보면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활동량이 부족해 잔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을 비롯한 녹내장, 소화기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으면, 병원에서는 많은 약을 처방해준다. 집으로 돌아와 약들을 살펴볼 땐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무슨 약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서다.

필자도 안구건조증과 각막염이 있어 안과를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방문한다. 최근의 일이다. 일회용 인공눈물 2개, 안약 3개를 처방받았다. 약에 점자가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점자 설명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혼자 약을 구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활동지원사가 있지만, 아침-점심-저녁 늦게까지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유형보다 시간이 적어 하루에 많아야 5~6시간이 고작이니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인공눈물을 따 혼자 넣다가 뾰족한 부분에 찔려 안과를 찾은 일도 실제 있었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약을 넣는다는 것이 때로는 두렵기마저 하다. 특히 각막염 치료제인 레보카신은 필자 혼자 눈에 넣기 힘들었다. 누르고 또 눌러도 약이 잘 나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최근에 있었다. 누가 옆에서 도와주면 제일 좋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안과를 방문해야 했다.

작년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4년부터 일부 의약품에 한해 점자 표기가 의무화된다. 시각장애인을 고려하기 위한 접근이나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까 우려된다. 점자 표기 규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는 데다 적용 대상이 일부 품목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법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받아야 할 정도다.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도 어려움을 알겠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정부 당국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약을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모든 약에 점자 표기가 의무화돼야 하고, 특히 일회용 안약을 땄을 때 뾰족한 부분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제품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시각장애인들이 약을 사용하는데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각 약국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처방받을 때는 더욱 세심하게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 역시 법이나 제도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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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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