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일하는 모습. ⓒAndi Weiland (Gesellschaftsbilder.de)

첫째, 장애인은 일할 필요가 없다?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일할 필요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 즉 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은 직장생활에서 부분적인 제약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개개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장애인 = 일할 능력이 없는 중증장애인'식의 일반화는 옳지 않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장애인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교육 받을 권리, 투표할 권리 등과 마찬가지로 일할 권리는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일은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 그 이상이다. 일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일은 자기결정과 자기신뢰, 삶의 희망과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수년간 동물병원 보조원으로 근무하는 미셸은 투렛 증후군이 있다. 그의 틱 증상은 근무 중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근무 전 주치의가 처방해 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미세한 손놀림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셸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병원에서는 미셸의 투렛 증후군을 설명하는 안내책자를 제작해 고객 대기실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지금까지 미셸의 투렛 증후군 때문에 불만을 표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약기운이 떨어지는 점심시간에는 미셸의 틱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식사 중 미셸이 손에 닿는 그릇을 마구 집어 던지는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모든 그릇을 플라스틱 용기로 교체했다.

미셸이 욕을 하거나 옆에 앉은 동료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떠 먹여주는 등의 특정 행동을 반복해도 직원들은 미셸의 틱을 오히려 유머로 받아들이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다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물론 식사 중의 이러한 '소동'으로 인해 직원들의 근무복이 더러워지는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식사 후 미셸은 다시 약을 복용한다. 그러면 퇴근 때까지 틱 증상 없이 근무에 집중할 수 있다. 미셸을 고용한 동물병원 원장은 말한다.

"미셀의 틱은 근무에 방해될 정도로 심하지 않아요. 미셸이 투렛 증후군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일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늘 본보기가 되지요. 미셸은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이자, 우리 병원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예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벌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꿈인 미셸.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일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투렛은 저의 일부분이지, 저의 전부가 아니니까요."

둘째, 사업주는 장애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와 독일에는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있다. 국가가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일정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 범위 안에서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근로자 2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5퍼센트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강조하지만, 독일의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는 '중증장애인' 고용을 바탕으로 한다.

한마디로,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고용은 장애가 있는 직원을 새롭게 채용하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인고용은 기존의 직원이 사고나 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조치도 포함한다.

SRH 발트클리닉(SRH Wald-Klinikum)에는 근로자 천7백명 중 무려 8.4퍼센트가 중증장애인이다. 지난 30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코넬리아가 지병으로 일을 그만두어야 했을 때, 병원에서는 고용유지전략을 통해 그가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덜한 병원행정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근로조건을 변경했다.

이런 식으로 SRH 발트클리닉은 병이나 장애로 인해 기존의 직무를 수행하기 힘든 직원들이 병원 내 다른 부서나 다른 형태의 직무를 통해 근무를 이어 나가도록 힘쓰고 있다.

또한 SRH발트클리닉은 병원 소속 간병인들의 건강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신체적 부담이 큰 간병업무로 인해 간병인들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건강예방차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와 함께 간병인의 신체 부담을 최대한 경감하는 환자 케어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SRH발트클리닉에는 지난 10년간 직원들이 장애나 건강 등의 문제로 퇴직하는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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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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