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PCR 검사를 하고 집에 도착했다. 밤 11시가 되자 ‘음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맘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8시 50분에 활동지원사를 만나기로 했는데, 8시 40분경 난데없는 문자가 날아왔다. “코로나19에 확진됐으므로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통보였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전날 밤에 분명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확진이라니. 어렵게 영등포보건소로 전화를 해 어떤 문자가 맞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나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확진이라고 알려줬다.

나는 그 즉시 나를 ‘혼자 살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이라 알리며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다. 직원은 어쩔 줄 모르고 망설이다 역학조사팀에게서 전화가 갈 거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3시간이 지났을까. 역학조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키와 몸무게, 3차 접종 여부만 물어보고 별 다른 건 묻지 않았다. 내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자 조사서 작성이 불가능한 내게는 역학조사표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장애인이 따로 입원을 하거나 관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지만, 자신들은 모른다며 보건소로 문의하라는 말 뿐이었다.

보건소는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다. 장애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서비스가 있긴 한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이용하고 있는 자립센터 2곳에 전화를 걸었다. 각각 영등포와 구로에 있다. 전화를 해봤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구로에 있는 자립센터에서는 정부에서 예산을 주지 않는다는 한탄만 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걸린 장애인 자택에 방문해 일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한민국 수도 아래 밥을 가져다 줄 사람도, 와서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확진된 중증장애인은 고스란히 죽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19에 전화해봤자 “우리는 코로나19 환자는 이송하지 않습니다”라는 한 마디가 전부다. 코로나에 걸린 중증장애인은 아파서 죽는 것이 아니라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복지의 현 주소다.

정부는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 복지관과 자립센터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도 이곳 영등포에는 장애인 복지관과 자립센터가 즐비해 있고 구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난적 상황에서 장애인은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고서야 어찌 ‘장애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복지관과 자립센터를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나 참담한 현실이다.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복지관, 자립센터는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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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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