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장애인은 외로운 사람이다.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일이 있어도 온전히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 독거 장애인 수는 71.3만 명(2020년 기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인 가구는 27.2%를 차지하며 지속해서 증가했다. 장애인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있다면 중요한 일을 의논할 수 있지만, 독거 장애인은 불가하다. 활동지원사가 있지만, 함께 논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과 생일에는 더욱더 외로워진다. 지난 설날, 임대 아파트나 빌라에서 떡국 한 그릇 먹지 못한 독거 장애인은 적지 않다. 공휴일인 이날에는 활동지원사도 방문하지 않는다. 물론 설 일주일 전쯤 복지관에서 떡국과 간단한 음식을 배달해주지만, 당일에는 음식을 나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복지관과 자립센터도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명절 당일에는 근무하지 않는다. 결국, 독거 장애인은 홀로 외로움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생일 역시 마찬가지다. 독거 장애인에게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은 분에 넘치는 기대다. 그저 자신의 생일임을 되새기며 그저 그렇게 넘어간다. 이렇다 보니 독거 장애인의 마음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복지관과 자립센터는 장애인의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특히 자립센터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필자가 주로 이용하는 자립센터에는 상담, 기술훈련, 권익 옹호 등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개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정작 필요한 서비스가 부재한 실정이다.

특히 건강이 안 좋을 때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필자는 올 1월 건강이 나빠져 119를 불렀다. 그러자 구급대원 3명이 와 혈압을 재고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며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물었다. 그리고는 “돌봐줄 누군가가 있느냐”는 말을 조심스레 건넸다. 필자에겐 아무도 없었다. 구급대원들은 난처해하며 “어르신 활동지원사가 올 때 같이 병원으로 가시죠”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당장 죽을 것 같은 응급상황은 아니었지만, 활동지원사가 있었을 때 구급대원의 대처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난해 12월에도 119를 불렀던 적이 있다. 당시 건강상태를 물어보고, 어느 병원으로 안내할 것인가를 설명해주며 활동지원사와 의논했다. 그리고 빠르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활동지원사가 늘 함께할 순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독거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지원 시간이 200시간 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낮에 서비스를 받은 후 저녁이 되면 공백이 생긴다. 이때 갑자기 아프다거나 위험에 빠질 경우 속수무책이다.

정부 당국과 장애인복지관, 자립센터는 독거 장애인의 이런 문제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독거 장애인들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관과 자립센터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앞서 말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연구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다. 그 지위를 인정받은 만큼 위험에 빠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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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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