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감 주는 셀프주유소와 키오스크 이용에 관한 글을 앞에 썼었다. 집 근처 셀프주유소의 따뜻한 배려가 있는 입간판을 보고 그 글을 쓰기 시작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키오스크에 관한 이야기, 무인편의점에 대한 이야기까지 쓰게 되었다.

그 글을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카페, 내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어떻게 검색을 하고 읽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JTBC의 한 기자 분이 읽으시고 나에게 블로그로 메세지를 보내왔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취재하고 있다고 하시며, 내가 쓴 글에서 무인편의점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고 하셨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다뤄보려고 하시는 기자님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사회적으로 소외받거나 배제되거나 제외되는 약자들의 고충을 이해해보려고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기자님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고, 몇 시간 뒤에 전화가 와서 꽤 오래 통화를 했다.​

휠체어 장애인의 어려움으로 셀프주유소나 키오스크는 자기도 생각을 했었는데, 무인편의점은 생각도 못했었다고 하시며, 상황을 자세히 물어보셨다. 나는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드렸지만, 언뜻 상황이 그려지지는 않으신듯 했다. 그리고 나를 만나서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부산에 살고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겪었던 무인편의점에 다시 가서 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기자님은 너무 좋다고 하셨고, 다음 주 화요일 기사 예정이니 그 전에 찍어달라고 말을 하셨다.

휠체어, 보행 장애인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무인편의점. ⓒ박혜정

저번에 당황스러운 그 일을 겪고 난 뒤엔 이 편의점을 가지 않았었는데, 다시 가보니 내가 봐도 카드단말기와 입구는 바로 옆에 있었다. 그렇지만, 특히 이곳은 나지막해 보여도 경사가 있으니 휠체어를 밀고 일단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걸린다. 문이 딸깍~ 열리고 딸깍! 닫히기까지 5초~6초 밖에 안되는 시간동안 휠체어로 편의점 안에는 절대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보행상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이동하기에도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노약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아예 없는 시간인 것이다.

그나마 나는 상체와 손이 자유로운데도 문을 열 수가 없는데, 상체나 팔, 손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분들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비장애인들은 정말 장애인들이 이런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아니 장애인들은 무인편의점에 아예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것이다.

실제 무인편의점에 들어가는 영상 캡쳐. ⓒ박혜정

이런 전혀 예상조차 못하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고충을 조금씩이라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괜히 얼굴 알려지는 것을 그렇게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서, 내 영상이 뉴스 한켠에 나가고 안나가고는 상관이 없다.

내가 쓴 글이든, 영상이든 무엇을 통해서든 사회적으로 관심 밖의 대상인 장애인,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영상을 기자님께 보내고 난 며칠 뒤, 드디어 지난해 10월 말 즈음, JTBC 8시 뉴스 중 [밀착카메라]라는 코너에 "안 닿고 안 보여…휠체어에 '문턱' 높은 무인단말기"라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뉴스 영상(https://bit.ly/3miTnu9) 중 2분쯤에 내가 보낸 영상과 인터뷰가 10~12초 남짓 나왔다. 얼마나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 휠체어 장애인, 보행 장애인의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알려졌다는 것이 나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이런 기사를 취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신 기자님께 정말 감사드릴 뿐이다. 이런 기사 하나로도 조금씩 알리고, 조금씩 바뀔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기사를 많이 알려주시고, 기자님께 응원과 공감의 댓글 많이 남겨주시면 좋겠다. 그 것만으로도~ 우리의 어려움을 알리리 위한.. 조금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나브로 바뀔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힘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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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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