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용하는 게이트볼장에 이번에 설치한 전자득점판은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지 않는 제품이다. ⓒ김최환

모두가 함께 하는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사회구현을 위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배리어프리 스포츠시설 건립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이하 BF) 인증이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으로 장애인·어린이·노인·임산부뿐만 아니라 일시적 장애인 등이 개별시설물이나 지역을 접근·이용·이동함에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설계·시공·관리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해 인증하는 것이 BF 인증제도이다. BF 인증은 공적 기관이 건물이나 내부 시설물 따위가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을 뜻 한다.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가 2007년부터 이를 운영 중이며 2015년부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의 경우 인증이 의무화됐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가 BF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민간시설은 의무화돼 있지 않아 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장애인스포츠 활동 공간에서도 스포츠용품이나 제품, 기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예 규정되어 있지도 않아 제각각의 유형의 제품이나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용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이 장애물 없이 스포츠를 즐기는데 어떤 편의 제공도 없어서 함께 운동하는 데 불편함이 너무 많다.

따라서 스포츠 용품이나 기구도 배리어프리 인증제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시설이나 공원, 도로에 관한 인증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인증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스포츠생활과 용품도 인증받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며칠 전에 필자가 운동하는 게이트볼장에 전자 스코어보드(전자 득점판)가 설치되었다. 지방 자치 단체에서 시 전역에 16곳에 동일한 제품으로 설치하였는데 이용자들은 별로 만족스런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시 예산으로 향토기업에서 생산한 게이트볼 전자 스코어보드를 각 게이트볼장에 무상으로 설치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치 위치나 제품의 편리한 사용방식이 장애인 스포츠맨들이 이용하는 데는 문제점이 있었다. 스포츠용품의 낮은 납품가격도 문제가 있었다. 납품 가격이 낮다 보니 더 좋은 제품을 설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생산하고 설치한 납품업체 관계자를 불러 스피커 설치 위치 변경과 작동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고 특히 BF 인증 스포츠용품 생산을 주문하면서 앞으로 기업의 성장과 방향에 대해서 자문해 주었다.

이번에 설치된 전자 스코어보드는 게이트볼장에서 꼭 필요한 용품으로 우리 구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데 비장애인들에게 아무런 불편이 없어 보이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몇 가지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청각장애인 특히 농인을 위한 편의와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청각장애인에게 있어서는 “경기 시작과 경기 종료”를 알리는 수신호를 수어로 소통한다던지 레이저포인트를 사용하여 작전을 지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설치된 전자 스코어보드에는 음성언어로 “경기 개시” 혹은 “경기 종료”를 음성으로 말하는데 청각장애인은 무슨 말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수신호로 불빛을 이용하여 “시작”을 알려주는데 경기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일명 “깜박이 점등”이 부착되지도 않았고 연구 개발되지도 않았다.

제품 생산업체의 관계자에게 따져 물었더니 그것까지 미처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리어프리 인증제도와 배리어프리 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알지 못했다고 한다.

또 하나 시각장애인(약시)에게 있어서는 게이트볼은 각각의 볼 번호가 새겨져 있고 각각의 볼이 게이트를 통과했을 때는 제1게이트 통과, 제2게이트 통과, 제3게이트 통과 등 볼의 게이트 통과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각 볼의 번호와 몇 게이트를 통과했는지를 음성언어로 일러준다.

하지만 게이트를 통과한 볼 번호를 리모컨의 번호를 누르면 볼 번호와는 관계없이 1게이트 통과, 2게이트 통과 만을 알려 줌으로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몇 번 볼이 몇 게이트를 통과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사용하는 리모컨 기능 역시 점자블록이 전혀 없어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는 장애인의 수는 비록 많지는 않지만 그런다 해도 모두가 함께 하는 스포츠로 건강한 사회구현과 스포츠로 사회통합을 바란다면 장애인의 장애 유형과 특성을 배려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인증 스포츠용품이 많이 연구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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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최환 칼럼니스트 38년 간의 목회생활에서 은퇴하고 인생 제2막으로 국가 체육지도자 자격증(제7520)과 경기단체종목별 심판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스포츠지도사로 체육교실과 동호인클럽을 지도, 감독하고 있으며, 전국, 지방 각종 유형별 대회 등에 심판 혹은 주장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한장애인슐런협회 등 경기종목단체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배리어프리(무장애)스포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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