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표지. ⓒ임상욱

필자는 지난해 서울연구원에서 서울시 뇌병변장애인의 사회진출 지원방안이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이 연구는 뇌병변장애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일단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뇌성마비 장애인의 교육, 고용, 소득 등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현재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실태조사를 검토해 보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교육과 고용, 소득 등이 다른 장애 유형과 비교했을 때, 높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흔히 뇌성마비 장애인은 교육과 노동에 참여비율이 낮아 소득도 다른 유형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분류하고 있는 장애 유형에 대한 분류기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뇌성마비 장애인은 뇌병변장애인으로 분류되어 뇌성마비, 외상성 뇌 손상, 뇌졸중, 파킨슨병 등으로 인한 장애를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일단 뇌성마비는 선천성, 출생 후 3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밖의 장애는 주로 10세 이후 혹은 40세 이후에 나타나 장애인으로 판정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로 인해 뇌성마비 장애인을 제외한 뇌병변장애인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사고나 혹은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이 많다. 그래서 뇌성마비 장애인의 생애주기와 그 밖 뇌병변장애인의 생애주기는 차이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장애 분류는 모두 뇌병변장애라는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모두 뇌병변장애인으로 합쳐서 조사하고 있어 뇌병변장애인의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관련 통계에 왜곡과 오류가 나오고 있으며, 세부 장애유형에 따른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다.

뇌병변장애인의 통계와 관련된 문제는 다른 부처에서 하는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실시되는 장애인의 고용과 경제 상황과 관련된 통계를 조사하고 있는 장애인 경제활동 조사에서는 아예 뇌병변장애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분류를 하고 있지 않으며 특수교육법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특수교육실태조사에서도 뇌병변장애인을 지체장애인 혹은 발달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있어 뇌병변장애인의 정확한 교육 현황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처럼 장애인통계에 있어 장애 유형 분류의 문제점은 뇌성마비 장애인뿐만 아니라 척수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뇌성마비와는 다르게 중도장애인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현재 지체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실태조사에서는 지체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어 현재 척수장애인의 경우는 별도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산과 시간을 투여해 여러 정부 부처에서 장애와 관련된 실태조사를 하는 이유는 장애인이 처해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 유형에 따른 지원방안 마련과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렇게 조사된 자료는 여러 연구에 기초적인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실태조사만큼은 장애 유형에 따른 정확한 조사를 위해 장애 유형을 세분화해서 시행해야 한다. 물론 장애를 의학적 기준에 의한 세부 장애를 분류하는 것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태조사의 정확성과 효용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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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욱 칼럼리스트
‘우리나라 장애인이 살기 좋아졌다’고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이는 과거의 기준일 뿐, 현재는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장애인정책과 환경도 변해야 하지만, 이 변화에서 장애인은 늘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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