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없는 국민의 최저생활이라도 보전해 주는 것으로 기본적 생활을 국민의 권리로서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분명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극빈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의 소득이 얼마인지 그 기준은 정하기 나름으로 조금이라도 더 지급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최소한의 소득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국가의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국가 재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 다른 급한 예산을 사용하고 남은 것이 별로 없어서 기초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고, 우선순위에서 기초생활수급비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면 이 예산부터 지급하게 되어 조금 더 상향된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사실 기초생활수급비는 정권 교체기에 공약화되어 지급 금액이 변화해 왔으므로, 법으로 정하여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법은 지급할 근거를 마련한 것일 뿐 구체적 금액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다. 공약이 금액 상향조정의 역할을 하게 되고, 그래서 복지는 왕심이라고도 하고, 수급비는 합법적 선거 금품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선거철마다 인상된 수급비는 아직도 선진 외국의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여 OECD 평균을 올라서서 국가 경제력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미진한 것도 사실이다.

수급자가 늘어나면 국가가 그 만큼 보호하려는 층이 두터워지므로 복지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에 의존해서 살아야 할 정도로 사회적 여건이 좋지 않게 변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더욱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 복지는 후퇴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수급자가 축소되면 수급자 계층에서 탈출을 한 사람이 많으니 경제참여 인구가 늘어 세상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수급자로서는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 복지는 후퇴했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급 기준을 조정하여 강제로 수급자 수를 조정하였다면 늘어나는 것이 복지이고, 탈출 기회가 막혀 제도적 모순으로 인하여 탈출할 수 없거나 탈출하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제도라면 복지는 구멍이 뚫린 것이라 생각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하여 경로당 파견 안마서비스를 일자리 창출로 시행하고 있는데, 수급자가 일을 하게 되면 수급자격이 박탈되므로 일자리를 포기하게 된다. 수급권자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급여가 56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니, 근무 시간을 더 줄인 파트타임으로 하라고 공공기관에서 알려주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인지, 편법을 가르쳐 준 나쁜 경우인지는 잘 판가름하기 어렵다.

어쨌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56만원에 기초생활수급비 110만원 정도를 받게 되고 의료급여와 교육급여, 복지주택서비스를 받게 되어 16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게 된다. 비급여자의 경우는 더 많은 시간의 일을 하여도 110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게 되어(경로당 파견사업은 풀타임 근무가 아님) 역차별이 일어난다고 한다. 비급여자는 수급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수급자가 요리조리 제도를 악용하여 피해 나가니 얄밉기까지 하다.

제도를 조정하여 소득 역전 현상을 해결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110만원 소득에 맞춘다면 수급자는 일을 하고도 한 푼도 못 받으니 일을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비급여자는 저축이나 임대보증금 등 급여소득이 아닌 다른 재산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고, 수급권자도 그러한 재산을 마련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수급권자가 역전현상으로 더 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느 장애인은 수급권자는 아니지만,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입주 당시에는 소득 기준에 해당하여 입주를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나자 갑자기 지자체장이 바뀌고 나서 제도가 변경되어 몇 년 단위로 소득을 재평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임대해약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여 소득을 줄여야 했다. 서울의 부동산이 폭등하여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능력이 되지 못하고, 근로를 하면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어 집을 비워야 하니 직장을 포기해야 했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능력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무조건 내보내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저소득자 또는 수급자로 눌러앉게 만드는 것이 된다. 부족한 서비스 양이니 다 같이 조금씩 나누어 일 년씩 돌아가면서 임대아파트에 살 수는 없다.

또 한 장애인은 자신은 수급권에서 탈출해 보고 싶으나 여러 식구들이 함께 수급권자로 묶여 있는데, 자신의 무모한 도전으로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일을 하되 절대로 급여를 받을 수는 없으니 적은 시간의 아르바이트만 하게 해 달라고 하였다. 이 분도 소득으로 인해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는 것보다 임대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입주를 대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혜택이 없어지면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급권자가 탈출을 시도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일을 하면 바로 수급권을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료급여나 교육급여를 당분간 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다고는 하나, 그 기간은 충분하지 않고 일단 수급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단 두 달 수급 기간 안에 직장을 잃게 되면 혜택도 일자리도 모두 놓치게 된다.

특히 임대아파트 문제는 최소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최소한 한 번 입주하면 5년, 10년은 중간에 수급권에서 탈락 되어도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금의 소득이 생겼다고 현재의 주거형태나 환경의 다른 장소로 바로 이전할 여력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수급권의 기준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고, 수급비의 인상도 필요하며, 수급권자의 탈출 유인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일자리도 마련해 주고, 최소한의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수급권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혜택을 보장하고,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 손해를 보게 되어 수급권자로 안주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주택의 임대조건은 크게 손을 보아야 한다.

법으로는 근로가 권리이고 의무라고 하면서 사실은 수급권자에게는 선택권이 전혀 없는 제도는 수급권자를 줄이지 못하는 복지의 역행일 것이다. 수의 증감이 복지의 기준이 아니라 그 속 내용을 잘 다듬어 살피고 있는가가 복지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소득이 없는 장애인이 주택을 상속받았을 경우, 주거환경이 후퇴하지 않도록 주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되어야 정부의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 모 아니면 도이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모를 선택할 능력이 없어 도만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지원해 주면 스스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있는 수급자에게 그 지원을 아껴서 평생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을 한다면 그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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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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