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사고 파는 장사꾼 같은 강남의 한의원 약과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아티반으로 또 한번 위기는 넘겼지만, 몸은 재활 전으로 돌아가버렸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식도에 구멍이 아물어 안정을 되찾게 되자, 또 퇴원 통지가 날아 들어왔고, 다시 재활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재활병원에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유일한 위안은 연하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아주 큰 희망이었지만 그렇기에 잃은 것들에 대한 절망도 너무도 컸다. 더욱 안 좋아진 몸은 단순히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기 걸린 것처럼, 물에 젖은 것처럼 무겁고 가만히 있는 것도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더욱 괴로운 것은 더 이상 예전처럼 재활에 매달릴 수 없게 된 나 자신이었다.

재활의 고됨을 알기 때문일까, 다시 잃어버린 허무감 때문일까, 계속 방법을 찾아 헤맸지만, 좀처럼 재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우울감만 끊임없이 몰려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좀 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신에 대한 분노와 원망만이 하루를 채워가는 나의 일상이었다. 그렇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계속되던 때에, 이번에는 중국의학을 공부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마침 한의원에서도 점점 돈은 비싸지고 식도의 구멍이 아문 것 외에 아무런 차도가 없던 차였다. 중국 의사분은 중국에서 중의를 공부하는 한국인이었다. 기대가 되었다. 혹시, 허준처럼 정말 실력 있는 동양 의학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였다. 의사소통도 가능하니, 내 상태를 최대한 설명하고 간절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의사분은 그동안의 모든 치료를 그만두고 자신의 방침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 환자식도 스테로이드도 신경안정제, 아티반도 다 끊을 것을 강권했다. 이런 강권이 정말 뭔가 아는 사람을 만난 기분을 주기도 했지만 너무 위험했다.

그럼에도 아티반을 끊었다. 불안 장애와 수면 부족을 몇 일 앓으면서 정말 오로지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티반을 끊었다.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끊어낼 수 있었다. 그때 뼈저리게 생각했다. 마약 못 끊는 인간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전부 반성해야 한다. 정말 말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도 다 죽어가는 중환자도 끊었다. 근데 쾌락만을 위해서 마약을 한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다.

아티반을 끊으면서 대신이라기는 뭐하지만 여러가지 약들이 추가되었다. 전부 일반적인 약은 아니었다. 동양의학 소화제, 동양의학 안정제,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먹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이번만큼은 효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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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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