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그리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였다. 한의원에서 주는 약과 억지로 먹는 음식물, 특히 경관 급식용, 음료를 살기 위해 먹으면서 버텼다. 그러다 문뜩, 정말 어떻게 떠오른 것인지도 모른채, 의사들은 나를 자게 해줄, 나를 조금이라도 이 고통 속에서 쉬게 해줄 그런 약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아티반을 시작하였다. 프로포폴과 쌍벽을 이루는 신경안정제이다. 수면 내시경 등에 쓰이며, 아주 독한 약물이다. 그렇기에 의사들에게 거의 빌고 빌어서 하루 반앰플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이 고통만 계속 되기에 잠시간의 쉼이 너무 필요했다. 쉬기 위해 죽으라면 죽을 감정 상태였다.

의사분에게 부탁하고 부탁해서 결국 처방받았다. 발병한지 2년째에 처음 얻는 쾌거였다. 보통 연하기능이 안 좋은 환자는 깊게 잠들면 기도로 침이 넘어가 폐렴이 생길 위험이 있기에 의사들은 이 약으로 나를 재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재우지 않고 고통을 참게 내버려 뒀었다.

그리고 2년만에 드디어 내게 쉼을 허락해주었다.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그저 그 순간엔 기적같이만 느껴졌다. 아티반의 효과는 환상적이었다. 고작 반 앰플로 온몸 구석구석에 통증이 사라지고 편한 기분만 남았다. 마약 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꺼져가던 불꽃에 기름을 부어준 것처럼 꺼져가던 나의 생명에 새 활력을 넣어줬다.

약을 주사 맞을 때 혈관을 마치 타들어 가는 것 같이 뜨겁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온 몸에 뭔가 퍼지는 느낌이 든다. 아주 기분 좋은 퍼짐이다. 그렇게 그 기분 좋은 퍼짐이 온 몸을 감싸면, 어느새 나는 기분도 감정도 컨디션도 모두 업이 된 상태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잘 수 있다. 정말 단 반 앰플의 약물로 내가 느껴야할 모든 고통을 감해버린 것이다.

그 첫날부터 나는 이제 매일 밤 9시 30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시간에 나는 아티반을 맞고 하루 중 유일하게 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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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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