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시 국회 본회의장 전경. ⓒSBS뉴스 동영상 캡처

국정감사가 끝나고 이제 예산안 정국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 내년 1월 1일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된 예산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로 배분된다.

해당 상임위에선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이하 예결소위)가 개최되면 예산안에 대한 정부 측 설명과 국회전문위원 검토를 여야 의원들이 들은 후 토론을 통해 예산안을 수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예산안이 예결소위 통과하면 해당 상임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예비심사보고서 의결 후 보고서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에 전달한다.

예결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측 설명 및 국회 전문위원 검토, 종합질의, 부별심사 등의 종합적 과정을 밟아,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로 넘긴다. 그 예산안은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에 이송되면 대통령이 공고한다.

과거 예산안 심의를 보면, 여야 간의 정책 관련 예산에 관한 의견 차이로, 때로는 정당 간 정략 싸움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정해진 날짜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거나 예산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책임을 맡은 만큼 당략보단 국민 삶에 대한 책임감으로 예산심의에 진지하게 나섰으면 한다.

예산안 심사는 대통령이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에 오르게 된다. 필자는 일부는 지상파로, 지상파에서 듣지 못한 것은 유투브를 통해 지난 25일에 있었던 국회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었다. 이번 시정연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만료되기 직전의 마지막 시정연설이었다.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정부 출범부터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겪었고 작년엔 코로나 팬더믹에 맞서 국민 생명과 안전,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데 힘을 기울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후 위기로 인해 인류 생존이 위협받고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SBS뉴스 동영상 캡처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며, ▲북핵 위기를 반전 계기로 삼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끔 ▲K-방역은 국제표준이 되고 대한민국은 방역 모범국가로 국제 위상을 높임 ▲소재, 부품, 장비산업 자립 계기 만듦 ▲추경 등 확장재정 통해 민생 지키고 빠른 경제 회복 유도 ▲공공일자리 대폭확대 및 고용 안전망 확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완화 등 취약계층 복지 확대 등이 있었다며 대통령은 임기 동안의 성과를 언급했다.

이어서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이번 정부 마지막 예산이자 차기 정부 첫 예산이라며, 코로나로부터 일상‧민생의 완전회복을 위해 604조 4천억 원 규모로 확장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 신규구매 등 코로나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 지키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와 청년 일자리 지원예산 확대 등을 통한 불평등 줄이기 ▲친환경 차 확대보급, 기후대응기금 신설 등으로 미래형 경제구조 전환에 투자 등의 목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예산을 증대했지만, 예산과 관련해 재정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위기극복 정부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으며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들으면서, 이전 대통령 때보다 약간의 남북관계 진전은 있었다는 점, 일본으로부터 소재, 부품 산업 자립을 향해 가고 있는 것 등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완화 등을 통한 폐지도 부양의무자가 있을 시 생계급여를 주지 않는 식의 운영방식 폐지라 저소득 장애인 삶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 본다.

하지만 예산에서 재정 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나로선 좀 불편하게 들렸다. 왜냐면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을 빌미로 장애인 인권과 관련된 예산 증액을 안 하거나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2022년 예산안’ 속 장애인 지원 내용. ⓒ보건복지부

얼마 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예산이 2019년 36억 8,700만 원에서 2022년엔 26억 1,600만 원으로 3년 사이 무려 10억 이상 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적, 자폐성 장애인의 장애 특성상 많은 지원이 들어가기에 예산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기관 측의 설명에도, 기재부에서 노인, 아동보호 사업과 같게 보고 재정 건전성 이유로 예산 증액은커녕 오히려 감소시킨 게다.

학대 신고받으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72시간 이내에 2인 1조로 출동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예산 감소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져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있었고, 심지어는 기관장이 혼자 학대행위자를 조사하다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 장애인의 권리구제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터이고, 피해를 입은 장애인이 고스란히 다시 피해 당했을 여지는 많았을 게다.

시정연설 내용 중에는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을 월 30만 원으로 조기 인상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장애인이 노인 될 시 기초연금으로 바뀌고, 기초생활보장법 생계급여를 받는 장애노인의 경우엔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생계급여 삭감되기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아까 말했듯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완화 통한 폐지는 긍정적이긴 하지만,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 기준은 폐지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2017년 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2016년 보건의료 이용에서 건강보험 6.2% 증가, 의료급여는 1.6% 증가라 건강보험 가입자에 비해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비 증가는 과다하지 않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3%라 절대 빈곤층 7%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폐지가 마땅하다고 시민사회는 주장하고 있으며 이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을 빌미로 이 기준 폐지 관련 예산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했을 테니. 이러면 의료비는 국가가 아닌 부양의무자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니 말이다.

얼마 전 복지부에선 탈시설 시범사업을 한다며, 예산을 22억 원 신설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예산은 내년 예산이 6,212억이라는 소식을 봤다. 지역사회보다 시설에 대부분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다는 정부가 시설세력의 눈치를 보는 나머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하는 시설엔 아낌없이 돈을 주는 걸 보면 장애인 인권엔 별 관심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최근 인권위 건물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A씨가 전화연결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렇게 모범적이라던 K-방역에서도 장애인은 취약함에 노출되거나 배제되었다. 코로나 19 확진자 사망률이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의 6배였고, 확진자들 가운데 장애인이 4%지만, 사망자 가운데 장애인 비율이 21%일 정도로 취약함을 노출했다.

장애인이 코로나 확진자일 경우 병원에서 간호사 외엔 해당 병원 허가가 없는 한, 활동지원사 등의 별도 생활지원 인력들의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장애인은 신체보조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전염병 감염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배제된 시설 장애인에게 코호트 격리 정책을 펼쳤지만, 이게 오히려 장애인이 코로나에 취약해져 전염성만 높여주는 결과가 되니 탈시설-자립생활의 필요성은 더욱 증폭되었다.

한편, 올해 4월 장애인시설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만 백신 접종대상에 포함되었지만,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들은 중증이더라도 백신을 맞는 대상이 아니기에 이들도 역시 배제를 당했었다. 지적, 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선 코로나19 감염병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부재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K-방역이 모범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장애인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대통령은 시정연설 시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장애인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시정연설과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산을 증대한다고 하지만, 지역사회보단 시설에 예산 투입이 더 많다. 예산에 욕구를 한정하고 장애인의 결핍을 관리하는 지원체계다. 이렇게 되는 한, 장애인 삶의 질 증진을 기대하긴 정말 어렵다.

재정 건전성보다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필요, 강점을 보는 등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중점을 두어 지원하는 예산체계여야 장애인의 삶의 질이 증진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 터다, 그럴 때,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장애인을 포함한 국민 삶의 질 증진이 장애인에게 실제로 체감될 때가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이 언제 정도면 현실로 다가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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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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