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다른 달보다 공휴일이 많았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모두 일요일이라 월요일인 4일과 11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됐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게는 꿈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휴일은 중증장애인에게는 한숨만 나오는 날이다.

우선 공휴일이 되면 활동 지원사 분들이 쉬고자 한다. 기존에 일하던 활동 지원사 분들이 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각 자립센터에 공휴일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대체 인력을 요청해도, 배정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달마다 주어지는 활동 지원 시간은 가뜩이나 부족한데 공휴일엔 평소보다 더 많은 활동 지원 시간을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장애인 활동 지원 수급자가 휴일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평일의 1.5배에 달하는 급여량이 차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 인력이 구해지더라도 공휴일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에 평일 이용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 지원사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공백이 생긴다. 식사, 신변 처리와 같은 일상 활동뿐만아니라 응급실 방문 등 생명을 다투는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를 홀로 수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필자 역시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이면 한의원, 안과 등 병원 방문이 어렵고, 불시에 닥칠 안전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돌봄 공백은 장애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 실제로 한 장애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한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사 퇴근 후 폭염 속에 12시간 동안 홀로 방치된 경우가 있었다.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중증장애인의 경우도 있었다.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인가.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약한 힘으로 여기저기 건의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틀에 박힌 대답이다. 간혹 시에서 추가 활동 시간을 채워주는 지원사업을 하지만 이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실시하지도 않을뿐더러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내년인 2022년에는 대체 공휴일이 올해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처럼 대체 공휴일이 점점 늘어 가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돌봄 공백'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국회 등 유관한 정치 기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본지의 한 칼럼에 의하면 자립센터 소장의 연봉이 1억 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돌봄 공백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자립센터는 더는 장애인 활동 지원 이용자 수를 늘려 수수료 챙기기에 몰두해 있을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고통에 집중해야 한다.

공휴일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중증장애인들의 한숨을 덜어주는 것이 진정한 자립센터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돌봄 공백으로 인해 장애인 활동 지원 이용자가 생명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보건복지부, 국회의 장애인 의원들, 자립센터 소장들은 책임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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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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