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필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3차 시범사업을 에이블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가장 눈에 띄었던 대목은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은 주치의나 간호사로부터 방문 진료(간호)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필자가 거주하는 영등포구에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봤다. 건양 의료재단의 김안과와, 영등포이안과의원 그리고 연세가정의학과의원 총 세 군데의 병원이 등록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필자는 꾸준히 방문 중인 다른 안과가 있어 종합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연세가정의학과의원으로부터 방문 진료 서비스를 받고자 했다. 따라서 연세가정의학과의원에 전화해 방문 진료를 요청했지만 "우리 의료기관은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한마디가 돌아왔다.

필자와 같이 많은 중증장애인은 방문 진료를 필요로 한다.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방문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의 활동지원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방문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찾기 어려웠다.

이에 필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와 한참 만에 전화를 연결해 영등포남부지사를 연결받았고 남부지사 직원은 "방문 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1시간 남짓 기다렸을까. 남부지사 직원은 "영등포 관내에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없다"며 "다른 가까운 자치구인 동작구, 구로구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답을 줬다. 결국, 필자는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포스터와 홍보 자료를 통해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해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홍보물만 보면 장애인 입장에선 집에서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이 생기고, 국민들 입장에선 보건복지부가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니 "방문 진료를 하는 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니 필자는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나 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알아보려 했지만 복지부 측에선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외근 중이라 답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극히 일부의 병원에서만 제공 중이거나 아예 시행 중이지 않은 방문 진료 서비스를 마치 지금 대대적으로 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많은 장애인을 우롱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5년간 장애인 대상 복지부 정책을 알아봤을 땐 이런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복지부와 정부 관계 당국은 장애인 서비스를 설계할 때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안정된 서비스를 마련한 다음, 홍보해야 할 것이다. 또, 정책을 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당 정책을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인 필자가 오로지 화면 낭독 프로그램(센스 리더)에 의존해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 중인 의료기관 리스트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전화를 통한 문의가 필수인데 복지부 콜센터(129) 상담전화가 연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도 아쉬웠다.

비장애인은 인터넷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정책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은 내게 맞는 복지 혜택을 찾고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부서인데도 왜 이런 식으로 정책 홍보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차후에는 복지 서비스를 마련해서 홍보할 때 이런 부분들이 반드시 개선돼 중증장애인들이 복지서비스를 찾다가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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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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