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모습. ⓒAndi Weiland(www.gesellschaftsbilder.de)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다니엘라는 선천성 근육병이 있다. 현재 그녀는 신체 부위 중 머리와 두 팔만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그녀는 스무 살에 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약 10년간 개인보조서비스(Persönliche Assistenz)를 받으며 자립적으로 생활한다.

참고로 독일에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서비스가 크게 6개 영역으로 나뉘어진다.

개인예산제를 통해 장애인이 직접 보조인을 선택하고 보조인의 활동내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개인보조서비스'(Persönliche Assistenz), 장애인의 직장 생활을 적극 지원하는 '직장 내 개인보조서비스'(Persönliche Assistenz am Arbeitsplatz), 장애인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동행하는 '여가활동보조서비스'(Freizeitassistenz), 장애인의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는 '주거활동보조서비스'(Wohnassistenz), 학교에서 장애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학습보조서비스'(Schulassistenz) 그리고 장애인 가족의 부담경감을 위한 '가족부담경감서비스'(Familien-Entlastungsdienst)가 있다.

개인보조서비스와 관련하여 다니엘라는 그녀 특유의 당당함을 뽐내며 이렇게 말한다.

"갈수록 신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다 보니,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지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의도하는 것들이 일상에서 실현되도록 나는 직원들을 고용한 셈이야."

다니엘라가 고용한 개인보조인의 역할은 신체활동지원, 가사활동지원 그리고 사회활동지원까지 다양하다. 다니엘라가 자주 표현하듯, 그녀는 머리이고 보조인은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 준다.

독일에는 이러한 보조인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주거활동보조인, 가족부담경감서비스는 제외). 한마디로, 개인보조인이 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다니엘라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40명 이상의 보조인을 만났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시험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 무슨 일을 할 지 몰라 뭐라도 시작해보려는 사람들, 예술을 사랑하지만 밥벌이 수단이 필요한 예술인들, 공부 꽤나 한 학자들, 엄마들 등등. 인생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용기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보조인으로 활동한다고 다니엘라는 말한다.

개인보조서비스 이행 시 모든 결정은 다니엘라가 스스로 한다. 가령 오늘 하루를 어떻게, 누구와, 어디에서 보내고 싶은 지, 어떤 컵으로 물을 마시고 싶은 지, 어떤 볼펜을 손에 쥐고 싶은 지, 음식의 양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탁자 위 양초를 켜야 할 지 아닐 지, 어떻게 세탁해야 할 지 등등, 그녀는 아주 세부적인 사항들을 직접 결정하고 분명하게 표현한다.

다니엘라는 자신의 집에 오는 모든 보조인을 좋아한다. 보조인들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존재이다. 그들이 가진 다양한 삶의 방식과 태도, 다양한 연령층 덕분에 그녀는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들의 세계를 알아 나가면서 그들 삶의 일부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개인보조서비스는 다니엘라가 그동안 꿈꿔 왔던 자유를 선사한 셈이다. 그녀는 마음껏 외출하고 여행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집안일을 책임질 수 있다. 그녀의 평소 습관과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녀가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지휘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니엘라는 보조인이 동행하는 자신의 삶이 기업운영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엄연히 그녀는 사장이고 보조인은 직원이다. 다니엘라는 다양한 보조인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겸손한 사장임에 틀림없다.

사장으로서 그녀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의사소통 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는 방식을 앞으로 더 연습할 것이며, 직원의 의견과 피드백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더 많이 연습할 거라고 말한다.

다니엘라는 당당하게 말한다. 비록 여러가지 어려움과 신체적 제약이 있고 지치고 힘든 날도 있지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한 이 발걸음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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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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