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정체성을 주제로 한 필자의 강연 활동 모습. ⓒ최충일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고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만 있다면 스스로 휠체어를 밀고 적당한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기 의사조차 표현하기 어려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존재한다.

전자와 후자 모두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김원영의 저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말하는‘자’들은 누구인가.

Independent living에서 In을 빼면 의존하는 삶이고 그 반대는 의존하지 않는 삶. 즉 자립을 말할 것이다. 의존하지 않고 권리를 누린다는 것이 전자의 사람들과 더 가깝다면 장애, 비장애 경계성은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후자의 삶은 누군가에게 의존된 삶일 수 밖에 없는가. 후자의 삶에서 발견한 장애를 의존성에서 찾을 수 있는가. 실격당한 자들은 후자에 가깝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쯤 해당 되는 것일까.

장애 관련 법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외치는 사람들은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이 누군가를 의존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구축한 낡은 법이라고 한다. 이들은 현재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외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앞서 말한 전자와 후자가 모두 존재하는 것 같다.

‘시혜에서 권리로’ 라는 말을 지겨울 만큼 들으며 자라왔다고 생각했는데 듣기만 했지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내가 아닌 그들인 것이 부끄럽다. 장애인 활동지원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이 제정되었지만 현장으로 산출되는 서비스 구조는 장애인복지법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복지법은 서비스에 의존하도록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복지법이 견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돈의 흐름인 것 같다. 행정가들의 필살기와도 같은 ‘예산이 없어서’를 숱하게 들어왔던 나에게 돈이란 장애인들의 권리보장을 담보로 한 인질과도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법들이 생기고 관련 서비스들이 생기면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이것을 제공하기에 분주하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가기도 벅차 보인다. 사회복지사들이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목소리들의 중심에서 함께 목소리를 더한 적은 거의 본 적 없다.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돈의 흐름인 것 같다. 대학원 수업 때 분명 사회복지사들은 ‘변혁적 리더쉽이 요구된다’라고 배운 것 같은데 말도 참 거창하지만 적용될 수 없는 구조다. 이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장애인권리보장법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 후 여전히 장애등급이 존재하고 있는 현재처럼 장애인권리보장법 또한 본질에 다다르지 못하고 맴돌기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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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일 칼럼니스트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중이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 남편, 래퍼, 사회복지사로서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그것은 삶의 행복을 탐구하기 위한 나만의 재료들이다. 지난 2009년 방영된 SBS '스타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랩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는 우리사회 장애인의 희로애락을 담은 본격 유튜브 토크쇼 '수다장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권활동가로서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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