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은 하루하루가 계속 되고 충분히 비장애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마음은 벌써 재활을 넘어 복학, 사회 진출 등에 필요한 여러가지 공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였다. 한번 쏠리기 시작한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넘쳐왔고 내 마음은 어느새 평안함과 감사함을 잊고 다시 조급함으로 돌아서 있었다.

마음에서 이렇게 쓸데 없이 욕심이 일기 시작하니, 잘 진행되던 재활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도 초반만큼 눈에 띄게 좋아지질 않고 왠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 재활도 제 자리 걸음이니, 더 이상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2011년 3월 불과 3개월만에 아직 조심하는게 좋다는 재활 병원 원장님의 조언을 무시하고 뱃줄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다. 퇴원을 서둘기 위함이었다. 가장 가까웠던 서울 대학병원에 가서 배줄 제거 시술을 받기로 하였다. 지금이라면 그저 감개무량한 기분만 들것 같은 상황인대도 그때는 그저 빨리 뱃줄을 빼고 집에가서 뒤처진 학업을 쫓아갈 생각 밖에 없었다.

그렇게 무리를 해서 뱃줄을 제거하고 배에 구멍이 아물 때까지 5일간 금식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여기서라도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금식을 시작하자,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아무것도, 재활도 하지 못하고 그저 침대에 누워서 종일을 보내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이전에 연하가 안되서 굶을 때와는 너무 달랐다. 지나치게 힘들었다. 그만큼 내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다는 얘기였다. 뱃줄을 막 제거하고 사회생활로, 학업 생활로 돌아갈 생각만 가득한, 욕심으로 가득한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수도 없이 조심해야한다는 말들을 들었었지만,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이쯤부터 몸이 악화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장애인이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병의 재발'이라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순간... 살아가면서 받았던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되지 않는 고통들... 되돌리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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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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