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학 박사) 의원 등이 발의하여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내용은 제58조 장애인복지시설이다. 장애인복지시설은 거주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의료재활시설, 기타 시설로 분류되는데, 직업재활시설의 정의를 개정하였다.

직업재활시설이란 일반 직업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라고 규정되어 있던 것에 직업훈련 및 직업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제조·가공 시설, 공장 및 영업장 등 부속용도의 시설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포함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이 물품 또는 서비스의 생산 활동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생활을 하는 고용 중심의 장애인복지시설로서 일반적인 복지시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러데 건축 관계 법령에 따르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사회복지시설의 일종으로 그 주된 용도가 노유자시설로 구분되고 있어 동 시설이 본연의 직업재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제조, 영업 등의 용도로 시설을 활용하는 데 재한성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복지시설이냐, 제조시설이냐는 두 가지 기능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인데, 건축법상 건축용도가 하나로만 기재되어 노유자시설은 공장허가가 나올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물품을 제조하는 데 반드시 공장허가를 받아야만 제조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러한 업종에는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래서 노유자시설이지만, 제조하는 공장 등을 포함하도록 하여 공장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고자 법을 개정한 것이다. 건축법 시행령은 부속용도를 건축물의 주된 용도의 기능에 필수적인 용도로 정의하고, 관계 법령에서 주된 용도의 부속시설로 설치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시설은 부속용도에 포함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단순한 임가공 등은 시설에서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겠으나, 공장허가를 받아 제조해야 하는 시설이 필요한 경우, 사무실과 별도로 부속 건물을 건축하지 않으면 직업재활시설 자체만으로는 공장허가를 받을 수 없다. 기존 시설의 공간이 충분하기도 하고, 새로운 업종을 추가하여 장애인의 고용 확대를 도모하고자 하여도 부속건물이 없으면 제조할 수 없어 포기하거나 추가적으로 기능보강을 하여 예산을 낭비해야만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제품 생산 또는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하여 필요한 제조, 가공시설, 공장 및 영업장 등 부속용도의 시설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포함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을 개정한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은 노유자시설인데, 그 곳에서는 바리스타 훈련을 받은 장애인을 고용하여 커피숍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상업시설이 아니라서 사업장을 정식으로 개설할 수가 없어 묵시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제 법이 개정되어 그 시행시기가 올해 6월 1일부터 가능하도록 되었지만, 직업재활시설에서 공장허가나 사업시설로 정식 등록을 하려고 하면,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이 이용하는 복지시설이면 노유자시설인데, 왜 건축용도를 변경하려고 하느냐며 거부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근로자의 저임금과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새로운 업종을 시도하고자 하는 직업재활시설 운영자의 노력은 묵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실적을 내도록 요구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장은 변화하고 있는데 장애인직업재활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지자체 장애인복지과는 건축과 등 다른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복잡하니 굳이 그러한 용도변경을 하고자 하느냐며 공장이나 상업시설 허가 없이 잘 해오고 있는데, 왜 공장허가를 받으려 하느냐며 부담스러워 한다. 부담스러운 것인지, 귀찮은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말이다. 공장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제조허가를 받지 못하고 장애인이 만든 물품은 무허가이거나 불법제조 물품이 될 수 있다.

이러니 앞으로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니 편법으로 봐 달라는 자선적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고, 새로운 업종에 도전을 하고자 하여도 공장허가가 되지 않아 자체 브랜드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공장허가를 가진 다른 회사의 하청이나 받아 일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도와주기 위해 법을 개정까지 했지만, 지자체에서는 이 법을 무시하고 활용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 시설이 공장허가를 받아 일반경쟁을 하면 기존 제조업체가 위축될까봐 로비를 받은 것인지, 정말 공무원이 새로운 것은 귀찮아서 거부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직업재활시설이니 당연히 공장, 영업점이 가능해야 고용을 늘리고 경쟁력을 갖춘 수익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도 장애인이 모인 곳이니 노유자로 만족하라는 것은 시대에 맞지도 않고 사업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일이다.

규제를 풀고 경제적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장애인도 사회를 참여하도록 권장하면서 막상 허가를 받으러 가면 노유자시설이라 공장허가를 할 수 없다고 하니 장애인생산품은 공장에서 제조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만든 물품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탈시설이 거주시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업재활시설이 일반 공장으로 발전하여 지역사회의 당당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도 탈시설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복지시설에서 하지 말고 정부 보조금을 포기하고 별도로 나가서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에 만족하고 귀찮은 새로운 도전은 하지 말라는 것인지 정부 당국의 확실한 입장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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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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