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개정이 되었다. 장애아동의 양육을 가정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시설에 보내지 않고 외국에 입양 보내지 않고, 장애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것도 탈시설 정책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강구하도록 법적 근거만 마련된 것이지, 시행령 개정이나 정책이 강구되어 시행되어봐야 현실성이 있는지, 바람직한 제도인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단지 의료급여를 제공하고 입양 가정에 거주시설의 보조금처럼 양육비를 보조하는 정도라면 가정에 얼마나 위탁양육이 될지 의문이다. 장애인 상속자산의 위탁운영처럼 명분은 있으나 실적이나 실효성이 없는 또 하나의 제도가 되지는 않는지 걱정된다.

장애인 가족에 의한 가정 내 양육이 어려운 것은 경제적 문제도 있겠지만,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장애아동에게 온전히 매달려 양육에 헌신해야 하는 문제와 전문가의 서비스가 필요하여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인데, 위탁가정이 단지 성폭력의 이력만 없으면 되는 조건이면 곤란하다.

장애아동 위탁양육으로 인한 취업 등 소득활동의 제한을 보상할 수 있는가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강조되다 보면 위탁이 소득의 한 방법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애가족과 같은 애정이 위탁가정에서 가질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차라리 위탁을 위한 보조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장애가족에게 주어 시설에 입소하지 않아도 되도록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애가족이 심리적 스트레스로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위탁가정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위탁아동을 너무나 사랑해 같이 죽자고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학대는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이런 학대나 극단적 선택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양육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탈시설을 위해 20년 장기계획을 수립하여 시범사업을 2년 한 다음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을 의결했다. 거주시설을 축소하고, 비리나 학대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폐쇄하고, 거주시설을 보호서비스 전문시설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발표를 대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탈시설을 추진하는 20년 동안 거주시설 종사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이고, 남아 있는 종사자들도 사명감이나 자존감보다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시달릴 것인데, 이것이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될 것이다. 서비스 질 저하가 탈시설을 가속화할 수는 있겠으나, 그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의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탈시설과 비리와 학대문제 발생은 별도의 문제라 여겨진다. 탈시설이 되지 않아도 학대는 근절되어야 한다. 학대나 비리가 있으니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래서 시설을 없애야 하는 것이라면, 비리가 있는 학교도 없애고, 비리가 있는 회사도, 정부도 없애야 할 것이다. 한번 잘못하면 바로 아웃시킨다는 협박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누가 제대로 운영하려고 노력하겠는가! 시설을 없애려면 비리를 털어라, 그리고 인권문제를 찾아 공격하라는 뜻이 되므로 모든 시설은 공격의 대상이 되어 20년 간은 전쟁과 투쟁의 역사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법인의 이사진 교체 요구로 자산 쟁탈전이 일어날 것이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보다 나은 지역사회 자활을 위한 패러다임의 실현이라면, 그리고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같은 권리의 실현이라면 탈시설 정책은 시설 인권문제 척결과 분리하여 별도로 중요하게 다룰 문제이다.

탈시설 정책에 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약속이 들어 있다. 마치 탈시설 운동을 하는 단체의 주장에 대한 응답처럼 말이다. 권리보장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탈시설 정책과 권리보장법 제정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 왜 탈시설 로드맵에 포함되어 발표하는가이다. 탈시설이나 권리보장법이나 제대로 추진해야 하겠지만, 로드맵을 요구하는 이에게 이렇게 달래기식이나 응답식의 발표라면 추진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4에서 현재의 거주시설의 다양한 시설을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동생활가정이 탈시설의 한 방법이냐, 없애야 할 탈시설의 공격 대상이냐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문 보호 시설로 개편한다면 이러한 거주시설의 분류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수용시설이 싫어서 생활시설로, 생활시설이 싫어서 거주시설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제 거주시설도 싫다고 다시 보호시설로 된다면 패러다임을 다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장애인은 이용자가 아니라 보호대상이 될 것이다. 탈시설을 하면서 없애는 시설이 탈시설의 중심시설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발상도 맞지 않다. 몇몇 시설 중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으나, 거주시설을 문을 닫으라면서 문을 닫는 촉진제 역할을 그들에게 하라고 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새로운 형태의 운영을 모델로 하여 따라오도록 누가 주도할 것인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기획재정부에 3조원의 장애인복지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 3조원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연금이 1조 5천억, 활동지원 사업비가 1조원이고, 탈시설을 위한 예산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탈시설지원센터의 운영비가 고작 몇 억에 불과하여 탈시설의 주장이 탈시설 지원센터 운영비를 받으려고 했는가 싶을 정도로 조금 실망스러웠다.

탈시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주거문제와 연금을 통한 소득보전, 활동지원 서비스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설에서는 주어지던 것이 지역사회에서는 없는 것이 무엇이었나, 왜 가정에서 양육하지 못하고 시설에 입소시켰는가를 생각하면 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그것이 해결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함은 바로 알 수 있다.

거주시설 국가보조금은 인건비와 운영비, 피복비, 급량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약 시설에서 탈시설을 하여 지역사회로 나가는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면 회계부정 즉 비리가 된다. 정부가 정해진 예산 항목을 어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먼저 시설에서 탈시설을 위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탈시설 지원사업 항목의 예산을 보조하거나, 이용 인원 축소로 인한 예산의 잉여금을 탈시설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거주시설을 일부는 직업재활시설로, 일부는 전문서비스시설로 전환하는 모델을 정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네거티브식 처벌보다는 포지티브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존 직원과 대립할 인력을 몇 명 파견하고, 시설에 월 100만원씩 주겠다는 것은 절대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시설 운영자가 유치원생은 아니다. 장애인의 인권을 논하는데 왜 시설의 미래를 걱정하며 종사자 미래를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들의 자세가 장애인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협조적일 것이고,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들이 적이 아니라 협력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시설 로드맵에서 말하는 전문보호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은 막연하고 어렴풋하여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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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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