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피커 클로바. ⓒ조현대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에게 "클로바,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현재 내 위치와 기온, 미세먼지 농도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클로바, 동아일보 읽어줘”라고 말하면 열 개 기사의 헤드라인을 음성으로 지원해 준다. "클로바, 임영웅의 엄마의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별다른 수고 없이 내가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사전에 본인이 입력한 정보를 통해 운세를 볼 수도 있다.

아마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나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서비스 이용에 아쉬운 점도 있다. 2018년 배달의 민족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인지 지금은 클로바에게 배달을 요청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현재 음성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입니다”라고 답한다.

시각장애인이 음성 서비스 없이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을 통해 직접 정보를 입력하고 주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 소비가 30% 이상 늘었다고 하는데, 음성 서비스 지원이 중단되어 시각장애인에게 배달은 먼 훗날의 일로만 다가온다.

KBS 해피FM '누군가 어딘가에‘ 홈페이지 화면. ⓒKBS

인공지능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의 모창을 완벽하게 하는 인공지능이 나왔다. KBS 라디오 ‘누군가 어딘가에’는 인공지능 DJ가 진행하는 방송이다. 이렇듯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때 시각장애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다면 시각장애인은 더 큰 정보격차와 소외를 받을 것이다.

인공지능기술 관련 종사자들은 기술 개발 시에 시각장애인들을 고려해야 하며, 시각장애인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적극 전달해야 한다.

이는 시각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기술 관련 종사자들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만 발전한다면 시각장애인은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인공지능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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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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