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비대면 시대입니다. 비대면 인터뷰, 비대면 교육, 비대면 세미나, 비대면 콘퍼런스, 비대면 회의 등등이 말입니다. 그야말로 지금 뭔가를 하려면 비대면이 원칙이 되었습니다.

장애인 사회도 이제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뭘 하나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열리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요즘 열리는 행사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열리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장애계 관련 행사를 비대면으로 치르는 일이 늘었습니다. 비대면 특강을 1건 진행했고, 비대면 모임은 일상이며, 심지어 비대면 인터뷰도 치렀습니다. 지난달 초 원래대로였으면 전주 전주대학교를 방문하여 중등특수교육학과 특강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이 대신 집에서 시스코사의 웹 프로그램인 Webex(웹 엑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질문을 끌어내는 것이 약간 어려웠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주관 비대면 인터뷰에 참석한 필자의 모습. ⓒ장지용

몇 주 전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인터뷰한다고 했는데 원래 대면 인터뷰로 추진되었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왔을뿐더러 사정상 Zoom을 이용하여 비대면 인터뷰로 연구 관련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서울까지 가도 되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과 인터뷰를 위한 접속 준비가 늦어져서 그분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두 가지 다 들었습니다.

장애인 행사도 비대면으로 치렀습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청년 대회를 열었을 때,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비대면 특강과 비대면 청년활동보고회까지 열렸고 저는 간단한 연설을 했습니다. 으레 있어야 할 음식 제공은 치킨 쿠폰을 참석자들에게 다 나눠주고 알아서 주문하게끔 했습니다. 다만 그때 줬던 치킨은 그 날 먹지 않았고 며칠 뒤에 먹었습니다. 그 날 떡볶이 같은 다른 음식이 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모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estas는 온라인 모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이제 이어서 온라인 비대면 총회를 준비 중입니다. 최근 estas는 내부 토론을 통해 비대면 총회 개최 시점을 논의 중입니다. 이때도 Zoom을 사용하여 개최될 예정입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estas는 비대면 온라인 행사라는 점에 놀라워하면서, 원래대로였으면 영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려야 할 자폐성장애 관련 합숙 콘퍼런스인 Autscape의 2020년 온라인 대회에 estas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다만 참석자들은 영국과의 시차 때문에 약간 고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었고, 이후 estas에서 비대면 보고대회가 열렸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렇게 진행되는 연속된 비대면 행사는 장점이 물론 있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연결만 되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참석 의자는 ‘방구석 1열 1석’인 시대가 된 것입니다. 거꾸로 말해서 이제 대관 장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굳이 대관해도 주최 측이 준비할 자리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감염 방지는 덤입니다. 각자 흩어져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각자 다 흩어져있는데 대면 접촉으로 이뤄지는 감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개인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일부 장애인들은 거동이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러한 점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있어도 이동권과 교통 접근성 문제로 참석을 저어하던 일부 장애인들이 이제 집에서 인터넷 연결만 되어있으면 얼마든지 대회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먼저 일부 장애인들, 특히 발달장애인 쪽에서는 온라인 비대면 모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나마 estas는 발달장애인 집단이지만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익숙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이라 쉽게 비대면 모임으로 전환하여 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 제가 피플퍼스트 관계자를 만나고 왔는데, 같은 발달장애인 집단이지만 피플퍼스트는 요즘 비대면 모임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그 관계자가 알려왔습니다. 즉, 장애 유형에 따라 접근성 문제로 온라인 비대면 모임이 열리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같이 비대면 접근성이 낮은 유형의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애와 함께 따라다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그 이름은 ‘빈곤’입니다. 네, 그렇게 보면 장애인들이 비대면 행사에 참석하기 어려운 또 다른 문제는 빈곤 문제에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비대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각종 전자기기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것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정부에서 이러한 것에 바우처 등을 지급하여 비대면 행사에 필요한 전자기기를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나중에 정보화 인프라를 조성했다고 보고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니까요.

끝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 같은 대면이 원칙인 행사에서도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원칙적으로 대면으로 열려야겠지만, 지금은 대면 행사 자체가 사실상 금지되다시피 한 상황이 되었으니 대면이 원칙임에도 비대면으로 그 효과를 낼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참석 인원을 소규모로 모이게 해서 대면으로 열자는 대안도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강사 수나 강의 장소가 모자라게 되고 주최 측도 비용 문제로 어려워할 수 있으니 이것도 문제입니다.

요즘 제가 수강 중인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영어 교습은 그나마 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면 교습 원칙임에도 소규모 교습실에 교습 인원을 8명으로 제한하여 12월 교습부터 적용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이런 것은 유료 교습이기 때문에 그나마 인원 축소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유료 교육이 될 수 없으므로 이것도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이러한 비대면 강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중증장애인 강사와 참석자가 Zoom 등을 이용하여 ‘대면인 듯 대면 아닌 대면 같은’ 방식으로 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당분간 비대면으로 만나서 행사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함께 모일 내일을 위하여 오늘 모두 흩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애인들도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대면 행사의 기쁨을 확실하게 ‘잡아먹었기’에 비대면으로 만나야 합니다.

아마 비대면 행사는 몇몇 분야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뒤에도 그렇게 진행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는 이미 시대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한 방법에서 어떻게든 장애인들도 비대면 시대를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지금은 만남을 포기하는 것이 행사를 포기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행사를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일단 만남을 잠시 포기하여 ‘랜선으로’ 만나는 법을 연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만남의 기쁨을 누리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바야흐로 비대면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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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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