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 살면서 제가 가장 겪은 사회적으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사실 제가 진짜로 부족하게 느끼는 것은 일부 장애계와 정반대입니다. 저는 예산 부족보다 인식 부족이 더 심각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그 단체는 예산 인상을 주장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단체는 예산 증액보다 인식 제고와 개선 투쟁에 더 먼저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런 식으로 증액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먼저 그 단체의 요구 예산 규모는 너무 터무니없는, 시위를 위한 구호밖에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1.1배 인상 수준도 어려운데, 3배를 인상해달라는 요구가 거의 무슨 ‘청구서’식 예산 요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3배 이상의 예산 증액은 코로나19 위기에서의 보건/방역 예산 같은 특별, 위급 예산이 아닌 이상 그 수준의 증액은 냉정히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증액을 요구하려면, 어디서 삭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한 번도 그것을 어떻게 삭감할 것인가에 대한 요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식의 증액은 구조적으로 다른 예산의 삭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단체에 특별히 충고를 주자면, 앞으로 재정준칙이 공식 도입될 경우 요구안은 그저 ‘시위를 위한 청구서’ 밖에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냉정히 경고합니다. 재정준칙 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 장애인 예산처럼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예산은 일명 ‘페이 고’ 원칙이라고 해서 그 예산의 재원 조달 방안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그 규모도 정부 수입에 맞춰야 하는 엄격한 규정이 도입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이며 여당 의석수를 생각하면 결국 통과될 법안이기에 그렇습니다.

앞으로 재원 조달 방안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할 예산 규모를 너무 허술하게 요구하다 보니, 앞으로 장애계 예산 투쟁은 도돌이표 투쟁이 될 전망이 제 눈에 보입니다.

게다가 예산 관료들은 균형재정 원칙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그들에게 추가 부담되는 예산은 반드시 경제 유발효과, 생산 유발효과, 고용 유발효과 같은 것을 냉정히 따져서 증액 여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애계도 투쟁 전략을 바꿔서, 장애 예산 증액의 경제적 효과, 고용 창출 등 경제 문제를 공략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경제적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예산은 이제 편성 불가의 시대입니다.

청소년 대상 장애인식개선교육 모습. ⓒ에이블뉴스DB

그러나 제가 봤을 때 진짜 장애인들이 겪는 최대의 부족 문제는 예산 문제가 아닌 인식 문제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바로 그러한 것을 제일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대기업을, 공기업을, 공공기관 필기를 통과하고도 면접에서 매일 미끄러지는 것이 이제는 발달장애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냉정히 평가할 정도로, 성인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인식 부족의 문제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 인식 등이 이뤄지지 않아 빚어지는 문제, 즉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냉정히 말하면 예산 부족은 나중에라도 해결할 수 있지만, 인식 부족 문제는 계속 내버려 두면 더 심각해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장애계가 지금 집중적으로 투쟁할 과제는 예산 증액이라기보다는 인식 제고와 개선에 더 신경 써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뒤따르지 않는 예산 증액은 결국 다음 해 삭감이라는 결말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단체의 주장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의 지적대로 인식 개선이 먼저 있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인식이 뒷받침된 예산이 진짜 예산이고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입니다.

특히 그 단체 구호를 거꾸로 생각하면, 예산 부족을 해결해도 대중들의 인식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장애등급제는 심리적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장애 등급을 언급하는 언론들이 가끔가다 발생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의 인식에서 장애등급제를 지우는 것은 예산 증액이 아닌 인식 개선을 통해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인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투쟁도 필요합니다. 그러한 것을 시행하는 방법은 인식 개선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뿐입니다. 대중의 심리에서 장애등급제의 관념을 ‘날려버릴’ 생각도 해야 합니다.

특히 제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그런 사람들을 지켜봤기에 덤으로 말씀드리면,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에 눈치 보는 당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중들 여론에 장애 인식 개선의 효과를 심겨준다면, 어차피 장애인 정책이나 그런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무리하게 예산 증액을 해도 이제 대중 인식 속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더 급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예산이 갖춰져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라고 해도, 대중들 관념에서 장애등급제 관념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장애등급제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들이 없애야 할 진짜 등급제 폐지의 과제는 ‘인식 개선’에 답이 있습니다. 진짜 등급제 폐지는 인식 개선을 통해 이뤄내야 하고,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도 장애등급제가 없어지는 것이 진짜 폐지일 것입니다.

심리적 장애등급제 폐지도 시급한 시점입니다. 그것이 이뤄진 뒤에야 예산 반영이 확실히 이뤄진 그 단체 말대로 진짜 폐지가 이뤄질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남아있는 장애등급제의 잔재를 말끔히 치워낼, 인식 개선 투쟁에 더 적극적인 장애계의 관심과 투쟁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대중 심리 속 장애등급제 폐지, 인식 개선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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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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