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새 집에 있는 필자의 방. ⓒ장지용

한 달 전에 이사했습니다.

집 근처 옆 블록의 중형 아파트에 새집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집 계약은 비장애남매인 누나 몫으로 치렀고, 저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장만하고 인터넷 계약을 다시 해 주는 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아, 물론 새집으로 이사함에 따라 필요한 전기요금 등 장애인 할인 재계약도 좀 했습니다.

이번 이사의 최대 성과는 진정한 의미의 ‘내 방’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옛집에서는 제 침실 일부는 창고로도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창고 역할은 사라졌습니다. 각자의 방에 각자의 물품이 있게 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각 방이 생긴 것입니다.

‘내 방’이 생기면서 제 개인 방의 가재도구도 좀 바꿨습니다. 컴퓨터 책상과 컴퓨터 본체를 바꾸고, 이번 방의 새로운 핵심인 침대를 하나 갖췄습니다. 그동안 침대가 없어서 이불을 일일이 깔았다가 다시 개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 이불을 펴거나 개는 일 없이 침대 정리만 좀 하면 되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방이 좁았기 때문에 잠을 자려면 의자를 빼야 했었는데, 이제는 컴퓨터 책상 안에 의자가 들어갈뿐더러 침대와의 여유 공간도 있어서 이제 야간에 글을 쓰거나 게임을 하고 나서 잠을 자기 전 준비 스텝이 몇 가지로 줄었습니다. 컴퓨터를 끄고, 전원을 끄고, 약을 먹고, 불을 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침대는 제가 공약을 미리 했었는데, 침대 밑 공간을 짐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가재도구 장만 시절부터 그렇게 공약했었던 것을 결국 우연히 본 지금 사용하는 침대가 소개된 TV 홈쇼핑 판매방송을 보고 지금 사용 중인 침대를 전격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진짜로 침대 밑에 짐칸이 있습니다. 대신 제 신용카드를 좀 썼습니다.

지금 ‘내 방’이 완벽히 생긴 기분은 어떠냐고요? 매우 좋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내 방’을 갖춘 것이 진정한 독립의 기분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창고의 역할도 반쯤 하던 방이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창고의 역할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집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115m2(35평) 정도 되는 주택이기 때문에 집 공간이 대단히 넓어져서, 진정한 의미의 거실을 가지게 된 것도 성과입니다. 소위 말해 전형적인 주택 구색이라도 맞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일일이 반상을 펴서 식사했는데, 이제는 식탁을 잘만 활용해도 충분히 식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게 이번 이사는 25년 만에 이사하게 된 것이라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할 때까지 살았던 집을 떠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더 넓은 주택에서 더 넓은 삶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집에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소위 말하는 ‘정상 가정’의 ‘정상 주택’에 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사를 가면 짜장면을 먹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막상 직접 이사를 간 날 짜장면을 먹게 되는 등의 일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사 과정에서 벌어졌던 여러 일이 이제 먼 미래의 내 집 장만에서도 벌어질 일이라는 점을 느낀 것처럼, 어깨너머로 배운 내 집 마련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새집의 의외의 장단점은 더 있습니다. 이제 잡상인이나 종교 선전대가 오는 일은 없어졌고, 선전지가 덕지덕지 붙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입구에 보안 문이 있어서 입구 출입에 상당한 제한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입구에 들어설 때 지정된 암호를 입력해서 출입문을 열어야 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것이 장점이라면, 단점도 있는데 바로 치킨을 몰래 시켜 먹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옛집에서는 치킨을 몰래 시켜 먹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입구 보안 규정 때문에 치킨을 몰래 시켜먹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가끔 몰래 시켜먹는 치킨의 맛은 좋았거든요. 그 외에도 집안 동선이 역설적으로 길어져서 행동이 다 들키기 쉬워졌단 점도 있습니다.

이번 이사는 집에서 추진해서 저도 가재도구 몇 개를 사 주는 동시에 제 방의 설계는 제가 알아서 했습니다. 누나가 조언을 해줬지만, 가재도구 결정 등은 제가 직접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서 이사할 때, 될 수 있으면 발달장애인 당사자도 최소한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재도구를 결정하고, 새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 같은 몇 가지 문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발달장애인 자기 결정권의 한 요소입니다.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흰 바탕에 파란색 띠 벽지를 붙이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하는 것도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인 만큼 새로운 장소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새로움을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이사한 이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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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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