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서재에 있는 외국 자폐인들의 자서전들. ⓒ장지용

장애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책을 낼 수 있을까요? 제 장애 유형인 자폐성장애에서도 국내에 몇몇 책들이 소개되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제 서재에는 꽤 많은 자폐인의 자서전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프랑스 모델이자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소피 부즐로의 자서전,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당사자인 로버트 저겐의 자서전도 있습니다.

심지어 해당 장애유형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장애인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쓴 책, 즉 자서전을 쓴 것을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당사자의 삶을 통해서 어떠한 장애 특성이 있어서 세상살이에서 어떠한 힘든 일이 있는지,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장애인들의 자서전을 보면서 장애 특성이나 어떠한 힘든 일이 있나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장애를 이해하기 위하여 읽기도 합니다. 특히 자폐인의 자서전을 읽고 나면 ‘사실 나도 그랬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야기도 가끔가다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장애아동이 출간한 서적도 있습니다. 자폐성장애만 해도 일본의 히가시다 나오키의 ‘나는 왜 팔짝팔짝 뛸까?’라거나, 영국의 루크 잭슨이 쓴 ‘별종, 괴짜,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아동이 쓴 책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성장했을 것이지만 출간했을 때는 아동 시기에 출간한 것은 맞지만요.

장애인들의 자서전 출간은 장애인식 제고와 개선에 매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장애인들의 진짜 삶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저는 장애인들의 자서전 출간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한국 출판계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자서전 작가들이 적어서 장애인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책이 적었습니다. 한국에서 장애인 관련 서적은 대부분 학술서적이나 행동 매뉴얼 같은 실용서적 위주였기 때문에 아쉬웠기도 했습니다. 가끔가다 장애인의 자서전이 나오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번역서, 즉 외국책입니다.

한번 장애인과 자서전을 같이 검색해봤습니다. 오히려 장애인들의 자서전 써보기 프로젝트에 관한 글이 더 많이 검색되었습니다. 그만큼 한국 장애인들의 자서전 쓰기 열풍은 안 불었는지, 장애인들이 자서전 쓰는 것을 꺼리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몇몇 장애유형은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은 없었습니다. 자폐성장애 같은 경우, 한국인 당사자 저자가 쓴 책은 전혀 없었습니다. 네, 자폐인의 책 모두 외국책 번역인 것입니다.

필자가 '꿈꿀자유' 출판사와 출간 계약에 합의하고 나서 간인한 계약서 원본. ⓒ장지용

저는 결국 무언가를 생각했고, 2016년 기획을 시작하여 2017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지난 2월에 가서 탈고한 한국 최초의 자폐인 자서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몰래 쓴 것은 아니고, 카카오의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하나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집필을 했습니다. 나중에 작업을 마치고 보니 88개의 이야기로 하나의 책을 완성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가끔 ‘챕터’라고 내부 용어를 정한 이야기 일부는 카카오 브런치 서버에서도 추천 글로 선정되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한 글도 있었습니다. 사실 브런치 플랫폼은 링키지랩에 다니던 시절에 관리자가 자사 서비스가 있다고 알려준 것이 인연이었습니다. 그것이 이제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링키지랩 시절 브런치 플랫폼을 가르쳐 준 사무실 호칭 ‘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3월 중순에 최종적으로 꿈꿀자유 출판사를 통해 출간 계약을 확정지어 계약서에 사인했고, 올해 하반기 내로 출간하는 목표로 최종 원고 마무리 작업 등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가 지나고 나면 한국 자폐인 역사가 새롭게 바뀌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자폐인이 자기 이야기를 다룬 자서전을 냈다는 사실에서 무언가 바뀌게 될 운명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 장애인들도 자서전을 많이 쓰고 공개하기를 빕니다. 장애인의 삶에 대해 여과 없이 공개하는 진짜 삶을 볼 수 있게 말입니다. 한국 장애인의 삶을 또 다른 방법으로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자서전을 통해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자서전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글쓰기 작가들이 많이 늘어나길 빕니다. 카카오의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도 장애인 부모나 비장애형제가 진출한 사례는 있지만, 장애 당사자들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나서기를 빕니다.

자서전을 예로 들었지만, 장애인들도 글쓰기의 재미를 알았으면 합니다. 장애인의 진짜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줄 만한 하나의 수단은 글쓰기입니다. 물론 장애인 문학가들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란 ‘논픽션’에 가까운 글쓰기를 의미하니 구분 잘 해야 하겠지만요.

장기적으로 장애인 자서전만으로도 옛날 그 시대의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남긴 옛날 역사책의 기록 방식인 ‘열전’들을 쓸 수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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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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