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란 주제의 온라인 토론회에서 함께가는장애인부모회의 전은애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뉴스민 Youtube캡처

코로나19 시국 때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문제를 나타내는 부모가 73.7%, 코로나로 인해 고립 스트레스에 따른 행동을 표출하는 지적·자폐성 장애 자녀가 87.8%였다.

지적·자폐성 장애를 겪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스트레스가 상당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게 코로나19 시국 때만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족의 육체적,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가족 지원의 일환으로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돌봄서비스, 일시적 휴식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휴식지원서비스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부모인 가정의 경우 아이돌봄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여기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얘기하겠다.

먼저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의 경우 전보다 연간 120시간이 늘어난 총 600시간으로 하루 평균 1~2시간을 돌봄서비스로 지원한다. 하지만 장애아동의 돌봄 시간이 하루 평균 평일에는 12.34시간, 주말에는 18.43시간인 것을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지원시간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전과 변함없이 중증장애인 및 중위소득 120% 이하의 가정에만 지원하므로, 장애가족의 욕구가 아닌 장애정도와 소득수준에 따른 지원이라는 점도 변하지 않았다.

장애아동 돌봄 전문제도임에도 돌봄 인력의 월평균 수당은 2015년 기준 609,474원으로 처우는 열악하다. 이에 비해 6세 이상부터 65세까지 지원되는 활동지원제도의 2015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수당은 953,797원이다. 이로 인해 돌봄 인력이 이탈할 수밖에 없게 되는 요인을 제공한다.

그런데 활동지원제도의 경우 애초에 성인 장애인의 신체적 활동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고, 장애아동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기에 제공인력 역시 장애아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에 비해 풍부한 지원체계, 넓은 이용대상 범위로 인해 활동지원제도를 더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학교가 휴교일 시 활동지원 학생에게 20시간의 추가시간을 준다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렸지만, 주중에만 하루 1시간 추가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엔 장애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가족의 부담을 경감시키지는 못하는 실정인 거다.

원 가정과 장애아동 입양가정 복지지원을 비교했을 때도, 입양가정의 복지지원이 훨씬 크기에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임은 물론 장애아동을 시설에 갖다버리는 등의 장애아동 유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건 여전하다.

2018년 발달장애인 가족휴식지원서비스의 소득기준 폐지 관련 정책뉴스 포스터. ⓒ보건복지부

한편,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가족휴식지원서비스의 경우엔 이전에 18세 이하의 중증장애아동을 둔 가족이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비스 소득기준이 폐지되고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한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 수는 각각 2016년 2,816명, 4,592명, 2017년 3,308명, 4,360명, 2018년 2,979명, 6,025명이라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나와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전체 수가 20여만 명임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수의 장애인과 그 가족만이 지원받은 것이다. 기존예산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 예산만 포함된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은 2016년 91억, 2017년 89억, 2018년 83억 원으로 매년 삭감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에 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의 부양은 결국엔 일차적으로 오롯이 가족이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코로나 이전에는 장애아동·학생과 관련해 교육, 활동지원, 돌봄 등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지만 쥐꼬리 정도의 사회서비스가 있기라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감염을 우려한 나머지 사회에서 모든 장애아동·학생 교육, 재활, 사회서비스 등의 지원들이 멈춰버렸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코로나 이후 보육 사각지대에 놓였다.

부모들은 자녀 보호를 위해 가두고 폐쇄하는 등 장애를 겪는 자녀와 그 부모는 고립의 스트레스로 전보다 더더욱 지쳐갔다.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대책은 법이나 제도 면에서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18일 제주에 거주한 중증자폐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자살한 후 이들의 장례식을 치루고 있는 장례식장의 모습. ⓒKBS제주

이런 현실 속에 오롯이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힘든 상황을 견디다 못해 제주에 거주하는 중증 자폐 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지원체계의 부실이 이번 코로나 시국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시국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잔인한 달의 의미로 다가온다고 감히 말하련다. 이들 가족은 가정의 달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가정의 달, 안녕 못해요!’

지금도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그 가족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가족들이 자살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서야 제도를 개선하려고 하는 구태를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장애인 가족과 관련해 지난 1차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권고는 이와 같았다.

“위원회는 미혼모를 포함한 장애아동 부모가 장애아동을 가족 안에서 양육하는 것을 지원하고, 장애아동의 가족에 대한 권리와 지역사회에 참여할 권리를 다른 아동과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종합적인 정책을 이행할 것을 권고한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의 욕구에 맞춘 가족지원제도로의 재설계,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 및 전문성 제고, 원 가정과 장애아동 입양가정의 지원격차를 줄이는 것,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한 장애인과 그 가족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이에 관련한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 등.

이렇게 할 때 정부가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과 관련해 이행하는 일환이 될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국가가 지적·자폐성 장애인 가족의 부양을 일정 부분 책임져, 가족이 돌봄 부담에서 해방되고 사회에서 존중받게 되어 가정의 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삶이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그나저나 코로나 19가 진정되는 가운데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다행이다. 이번 어버이날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며 부모님께 감사를 작게라도 표시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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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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