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 중에 말이 매우 길어지면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제발 1절만 해라!”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노래를 부르는 것은 1절만 하기도 하고, 어떤 노래방 기기는 1절만 부르는 기능을 삽입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갑자기 “제발 1절만 해라!”라고 외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 총선 선거운동의 절반도 안 지났고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를 알아볼 수 있음에도 장애인 차별, 비하(이하 혐오)가 한둘이 아닐 정도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는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대해서 발언하다가 졸지에 “키 작은 사람은 비례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잘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발언은 저신장장애인 혐오발언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저신장장애인이 출마한 적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 비례대표 투표에 참여하는 정당 수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집으로 온 공보물이 온 비례대표 투표 참여 정당의 수도 10개쯤 되었습니다. 그러면 ‘가짓수가 많아서 여러분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정도라고 말해도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은 다 할 수 있었는데, 굳이 왜 그렇게 저신장장애인을 비하하면서 그렇게 말해야 하는지가 의심스럽습니다.

과거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나온 철없는 발언인 그 유명한 ‘루저’ 발언의 정치 버전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실 그 발언이 방송되었을 때 그 방송을 직접 봤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발언을 한 출연자는 당시 다른 핵심 출연자에게 논파당한 것으로 끝났었기는 했지만 ‘루저’ 발언은 결국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시킨 원동력이 되고 말았을 정도니까요.

이것이 1절이면 참 다행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인 혐오가 2절을 넘겼다는 것입니다. 아니, 몇 절 더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같은 당이었지만 이제는 공식적으로 퇴출된 김대호 미래통합당 후보의 발언도 장애인 혐오성 발언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에 그 발언을 하기 전날 30대와 40대를 묶어서 혐오발언을 했던 것이 결국 미래통합당마저 제명을 결정하고, 선거법상 ‘탈락 및 퇴출’이 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선거법에 의하면,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서 그 후보자를 출당시키거나 제명하면 투표 당일이라도 ‘탈락 및 퇴출’이 가능한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사회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 문제에 관해 말이 나오다가 그 후보는 “장애인들이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라는 말도 안 될뿐더러 장애인 혐오에, 장애인복지법 개정 사실까지 모르는 다중 장애인 혐오발언이 나온 것입니다.

잘 보면, 장애인의 다양성을 장애 유형이나 특징의 다양성이라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와 독자 여러분들의 장애 유형은 천차만별이고, 장애 특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양성을 표현한 표현이 이제는 장애인 사회에서도 ‘한 물 간 옛날 노래’가 된 장애인 등급으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장애인등급제를 없애고 이제 완전히 저 세상으로 보내자고 예산증액 투쟁하고 있는 판국에, 아직도 국회의원선거 입후보자가 장애인 관련 핵심 법령 개정사실조차 모르고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 혐오입니다.

나이가 들면 장애가 생기는 사례는 사실 많기 때문에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반례가 많습니다. 흔히 ‘노인성 장애’라고 한다지요. 제 외할머니께서도 최근에 청각장애인 판정을 받으실 정도로 나이가 들어 장애가 생기는 현상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르신이라고 손쳐도 100% 장애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르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는 몰랐나봅니다. 저도 먼 미래에 ‘자폐성장애를 가진 어르신 초기 세대’가 될 운명을 안고 있고요. 그래서 언론에서는 어르신 혐오 발언이라고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어르신에 장애인까지 세트로 혐오한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3절은 이번에도 그 당 후보인 나경원 후보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른 장애인 혐오이기는 한데, 그 유명한 발달장애인 딸을 선거운동에 참여시키면서 그 딸의 입으로 장애인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근원이라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말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이 발언을 듣고 이 말이 자신의 의사에 의한 발언인지, 나경원이 시켜서 한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만약 이 발언이 자신의 의사에 의한 발언이었다면 그것은 장애인이 해서는 안 되는 ‘혐오 발언’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나경원이 시켜서 한 말이라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경원 후보는 장애인 혐오 발언과 행동을 여러 차례 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사진 사건’은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사진을 전공하고 있던 제게 엄청난 충격을 가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장애인 혐오 발언이나 행동은 지면 사정상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 딸을 이용한 부정부패 사건까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부 이야기는 기나긴 재판과 해당 기관의 자체 조사 끝에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나경원 후보는 더욱 더 장애인 문제에서는 처신을 잘 해야 하는 후보입니다.

물론 그 중국인 혐오 발언의 기제 자체는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엄연한 ‘가짜뉴스’일뿐더러 이탈리아나 미국처럼 중국인의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나라를 뒤엎은 사례는 흔한 반례가 될 정도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한 타인에 대한 혐오를 굳이 장애인의 입을 빌려서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는 않습니다.

3절의 사례는 더 정확히 말하면, 장애인을 혐오에 동원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그 외 잡다한 ‘후렴구’가 있다면, 어느 후보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선전 차량을 주차했다가 들통이 났다는 이야기 등 그 외 정치인들의 장애인 혐오 행동은 각양각색입니다.

저도 투표하러 갈 날이 곧 다음 주쯤이 될 텐데, 장애인 혐오가 3절을 넘겨 4절, 5절을 넘길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에서 유독 그런 사건들이 있어서 미래통합당만 이야기한 것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그 외 다른 정당이라고 해서 장애인 혐오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법령 하나 바꾸고 예산 1원 왔다 갔다 하게 하는 것이 장애인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한다는 것은 장애인 유권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도 결국은 지켜보는’ 그런 총선에서 꼴불견을 보이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이 된다고 과연 의미 있는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정당 차원을 넘어서 선거관리위원회 수준에서 입후보자에 대한 장애인권교육을 의무화, 그것도 대면교육 의무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장애 인권에 대한 의식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은 결국 사회를 후퇴시키는 저열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협동이 가능했다면, 장애혐오 발언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최소한 중대한 의견 표명, 강력하게는 후보자 퇴출까지 불사할 각오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프로야구도 외국인 선수나 외국인 팬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한 선수에게 상당한 중징계를 부과할 정도이니까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는 이러한 일로 사실상 퇴출된 선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긴 그렇습니다. 어떤 정치세력에는 아직 ‘인권’이라는 단어는 자기들 사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북한인권’ 이외에는 어떠한 ‘인권’ 관련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야 맞겠군요. 그러니 혐오 발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장애인 혐오는 선거에서 나오면 안 되는 ‘금지행위’에 ‘금지어’입니다. 올해는 장애인 혐오 없이 선거가 무사히 치러질라나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잘못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장애인 혐오로 얼룩진 선거판을 지켜보는 것이 참 힘듭니다.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에서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이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없습니다. 다른 정당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입후보자들이 장애인 혐오 발언이나 혐오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는 등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인권선거’의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선거기간 장애인 혐오는 제발 1절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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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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