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어린이날 자폐가 있는 효민이의 가족이 바라봄을 찾아왔다.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효민이는 사진관에 들어오기까지 한참 걸렸고, 어렵게 들어온 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간신히 조명 앞에 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효민이는 카메라 속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포기하자고 말하는 부모에게 초보 사진가는 이유 없는 미안함을 느꼈다. 그때 순간적으로 떠오른 단어는 ‘합성’이었다.

부모의 동의를 얻어 엄마와 남동생을 먼저 찍고 아빠가 비누 풍선으로 효민이의 관심을 끄는 장면을 따로 찍어 합성하는 바로 그 방법이었다.

엄마와 남동생 사진. ⓒ나종민

효민이의 관심을 끄는 아빠. ⓒ나종민

멋지게 탄생한 효민이 가족사진. ⓒ나종민

이렇게 시작된 바라봄의 보정은 다양한 마술을 부린다.

여러 장을 찍어 제일 좋은 표정을 모아 합성한 줄 모르는 장애인 시설 선생님은 "어머, 어떻게 우리 친구들이 모두 카메라를 보고 있죠?”

오른쪽 눈을 복사하고 방향을 바꿔 감긴 왼쪽 눈 위에 덮은 줄 모르는 친구는

"어떻게 제가 두 눈을 다 뜨고 있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이가 마음에 걸렸던 엄마는 "우리 아이가 입 다문 순간을 잘 잡으셨네요."

나이가 든 이후 처음 사진을 찍는 할머님들은 "얼굴이 고와서 시집가도 되겠네.“

보정의 마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 속 주인공들은 마냥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디지털 사진이 보편화되면서 보정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다. 사진에 털끝만큼도 손대는 것이 싫어 전시 사진을 테두리까지 인화하며 순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 시대에 보정은 기본이라며 찍는 것보다 보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찍는 사진은 사진 속 주인공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할머님 얼굴 한쪽에 크게 자리 잡은 물혹을 사라지게 하는 보정, 단체 사진 속 장애인 모두를 웃는 모습으로 만드는 보정, 감긴 눈을 뜨게 하는 보정, 효민이 가족에게 어린이날 가족사진을 선물해주는 보정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착한사진가에게는 꼭 해야하는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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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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