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포스터. ⓒ네이버영화

신종 코로나-19로 나를 비롯한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하지만 얼마 전 기쁜 소식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세계 영화인의 축제 중 하나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에 이어 감독상까지 거머쥐는 등 4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가 그것도 4관왕씩이나 수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세계영화사에 남는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부자인 박 사장네 집과 부자 동네에서 끝없이 내려가야 볼 수 있는 가난한 기택의 집이 배경으로 전개된다. 두 집은 사는 환경이 달라 서로 만날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외면접’이라는 상황을 계기로 두 집 간의 교류는 물꼬가 조금씩 트이게 된다.

이후 박 사장이 기택네 가족을 고용하며, 그 가족의 노동을 이용하며 기생하고, 기택네도 박 사장 집에 고용되어 부자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마치 영화 제목처럼 말이다.

몇 차례 우연한 기회 등을 통해 두 집 간 공생은 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현대사회에서 공상에 불과함을 알려준다. 부와 가난으로 인해 내재된 두 집 간 보이지 않는 계층갈등은 기택(송강호 분)이 동익(이선균 분)을 살해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지면상 무리가 있어 생략하기로 한다.

요약하면 신자유주의의 산물이자 세계 공통의 관심사인 빈부격차는 물론 계급갈등, 차별․혐오까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영화다. 그래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나로서는 영화관에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관심 있게 이 영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 '기생충' 중 한 장면. ⓒ네이버블로그

이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에겐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9473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오른 아픔이 있었다.

진정한 문화예술인이라면 생각의 자유를 추구하기 마련인데, 블랙리스트가 봉 감독에게는 족쇄와 같은 것으로 작용했을 거다. 그래서 작품제작은 물론 출연까지 제한을 받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인해 민주화되면서 사상 제한이 풀려 서로 다른 생각이 존중받으며 창의성과 비판의식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그게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발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는 영화 애호가들이나 비평가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창의적인 생각을 적극 수용하고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 그리고 기생충과 같은 영화가 계속해서 쏟아질 수 있는 길이라고 영화평론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은 후 소감을 나누면서 트로피를 드는 모습. ⓒYoutube동영상 캡처 갈무리

이제 지적장애인‧자폐인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요즘 지적‧자폐 당사자의 부모나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당사자들을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시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당사자들을 장애인 예술가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문화예술활동에서 나온 시, 그림, 수필 등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작품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이들이 소통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이들의 문화예술활동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들이 하는 문화예술활동이 빛을 발하려면 이들의 생각이 존중받으며,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우리 사회의 환경이 그런 환경일까?

요즈음 부모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면서 자폐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게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생각은 존중받지 못한 채 부모님들과 전문가, 외부인들이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라고 압박을 받는 자폐인이 거의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적장애인들도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또한 2018년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결과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예술활동 및 예술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복지관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주 유입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지적‧자폐성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의 주 유입로가 되는 복지관의 경우 장애인 재활을 목표로 두고 문화예술교육의 치유적 기능을 강조하며, 성과 중심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화예술교육 강사의 경우에는 문화예술교육의 창의성 증진, 문화감수성 확대를 도모하는 관점을 취하기에 장애인복지관과의 시각에서 충돌하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을 배우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작품을 창작할 시 창의성 발휘에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

4년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주최로 열었던 발달장애인 문화예술제 '하람' 포스터(좌측), 발달장애인 문화예술제에서 연구소 부설 인형극단 '멋진 친구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 (우측)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이원무

따라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생각과 재능이 존중받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많으면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장애전문가들과 문화예술 각 장르의 교육자들 등이 협업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통합문화회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제공되게끔 국가,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창의적인 문화예술활동으로 이어가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봉 감독이 어려서부터 새겼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지적‧자폐성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에서 나타났으면 한다.

그나저나 국민들과 정부가 일치단결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했으면 좋겠다. 사태 해결된 후에는 영화 ‘기생충’을 다시 상영한다고 하니 그 영화를 보러 또 영화관으로 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상영날짜가 빨리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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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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