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전경. ⓒ정민권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겐 공항 리무진은 있으나 마나다…겠지? 확실히 리프트가 설치된 공항 리무진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고, 그동안 타보지도 못했으니 그럴 거라는 2% 부족하고 소심한 단언이다. 어쨌거나 무용지물이다. 그런 고로 휠체어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치자.

첫째, 장애인 콜택시 이용이다. 이 경우 4인 가족에 캐리어까지 듬뿍 있다면 사실상 의미 없다. 의미 없다기보다 욕을 바가지로 먹거나 아예 탑승 거부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면 아예 두 팀으로 나뉘어 찢어지는 수밖에. 교통비야 묻고 더블로 가는 수밖에.

두 번째는 공항 콜택시를 이용한다. 이 부분은 '공항'이라는 말에 오해하면 안 된다. 공항에서 운영하는 콜택시가 아니라 사설 업체다. 고로 여러 업체가 있고, 차량도 스타렉스와 카니발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대략 6~7만원 선이다. 이 역시 리프트가 설치되진 않았지만 수동 휠체어라면 어떻게든 이용은 가능하다. 공항 리무진버스를 4인 가족이 이용한다고 가정하에 이용료는 비슷하다.

그리고 마지막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편리함이 극대화되지만 주차요금이 걱정일 수 있겠다. 공항 주차장은 단기 주차와 장기 주차로 나뉜다.

단기 주차장은 공항 여객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주차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아니라면 두터운 외투를 입고 가야 하니 이 또한 짐이다.

그리고 장기 주차장은 약간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아주 먼 것은 아니고 터미널 입구에 내려주고 운전자만 주차장으로 가서 벗고 뛰면 뛸만한 거리긴 하다. 뛰기 싫다면 공항 내에 외투를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유료다.

주차료는 단기가 하루 2만4000원, 장애인이나 다둥이 할인을 받으면 1만2000원이다. 장기는 1만2000원, 할인을 받으면 9000원이다. 주차료는 중형 이상일 때 기준이다. 내 차는 슬로프가 장착된 카니발이어서 자차를 이용했는데 4인 가족의 어마 무시한 짐에도 무리 없이 편하게 이용했다. 들어갈 때도 다 벗고 아주 슬림하고 편하게.

대신 주차장 입구를 찾는데 약간 헤맸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혼란스러운 구조다. 톨게이트처럼 된 단기 주차장 입구에서 지하 1층, 2층으로 나뉘어 있다는 걸 알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다행히 차량이 많지 않아 주차요원의 지시에 따라 후진해서 가까스로 지하 1층으로 진입했다. 진입해서도 헷갈리는 구조다.

가까스로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하고 공항 터미널로 들어섰다. 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인 두 아이들은 캐리어와 다른 짐을 실은 카트를 장난감인 양 밀면서 타면서 신나게 안으로 쌩하니 달려 들어간다.

기다리다 지친 딸아. ⓒ 정민권

공항이 넓긴 넓다. 예약한 항공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다. 홈페이지와 유선으로 안내를 받았음에도 처음이다 보니 혼돈 그 자체였다. 항공사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필수다. 우여곡절 끝에 데스크 G로 안내받았다.

쉐어링 한 휠체어를 인도받을 때 대충 주의사항을 들었음에도 살짝 불안해서 데스크에서 전동 휠체어 수탁에 관한 문의를 했다. 분리 가능한 배터리인데 기내로 들고 탈 수 있는지, 휠체어를 입구까지 타고 가도 되는지를 아주 오래 기다려 물었다.

한데 답변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하게 "여기가 아니고 데스크 D로 가세요."라니. 마음은 급하고 사람은 많고 답변은 놀라우리만치 짧아서 얼굴이 굳었다. '욕할까?' 싶은 마음을 누르고 부랴부랴 알려 준 곳으로 가서 또 아주 오래 기다려 안내를 듣고 안심했다.

"기내 탑승 가능한 용량의 배터리이며, 입구까지 이동한 후 수탁가능하고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탈 수 있다. 또 한 가족 4인 이하는 페스트 트랜스퍼 이용 가능하다."

우왕좌왕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예약은 최대 9명이어서 14명인 우리 가족은 2군데의 여행사를 거쳐 예약을 했는데 자리를 당일 지정하려다 보니 복잡해진 거였다. 게다가 맨 앞자리의 넓은 자리로 3자리를 업그레이드하려다 보니 더 복잡하게 됐다. 자리 업그레이드는 복잡하니 미리 하는 게 좋다. 알아두시라!

정리하면 쉐어링 한 휠체어의 배터리는 소지하고 기내 탑승이 가능하며, 입구까지 타고 들어가 수탁하면 된다. 이때 조이스틱이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고 고장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면 끝! 그리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포함한 가족은 출국 검사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이 역시 항공사 직원에게 미리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10시 반이 넘어서야 비행기는 떴다!. ⓒ 정민권

짐을 부치고 기다린다. 1시간 30분 연착. 알고 보니 에어 서울에서 하루 2번 취항하는 코타키나발루는 연착이 일반적이라 한다. 1시간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니. 연착된 김에 공항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른 항공사는 모르겠지만 에어 서울은 기내식이 없다. 기내식을 먹으려면 미리 신청해야 하고 음료도 유료다. 아무리 그래도 제주도를 가도 음료는 주는데 5시간을 날아가는데 음료도 주지 않다니 조금 인심이 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리 챙겨 먹어 두는 게 좋다. 기내에서 먹을 것을 팔긴 하지만 꽤 비싸다. 사발면도 있다!

4인 이하만 가능하다는 페스트 트랜스퍼는 온 가족이 함께 이용했다. 긴 줄을 기다리지 않았지만 기내 탑승은 나를 포함한 보호자 이외는 차례대로 탑승했다. 입구에서 배터리 가방을 들고 휠체어를 수동으로 바꾸고 수탁을 맡겼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아들. ⓒ정민권

드디어 떴다.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 설렘도 함께 달린다. 그리고 5시간 10분의 비행. 다른 항공기보다 넓다지만 그래도 여러 시간의 비행은 힘들었다. 촌스러울지 몰라도 비행기 멀미도 하는 나는 그랬다.

자라는 잠은 오지 않고 속도 매슥거려서 책도 읽을 수 없다. 그래도 날아 오른 하늘은 별과 가까워 설까, 암흑 속 별천지는 그냥 판타지다. 아쉽지만 사진엔 안 담겨 눈으로만 담았다.

한참을 날았다. 어느 나라 위를 날고 있을까. 새벽 1시의 어둠은 수많은 별과 빛으로 감싸졌다. 아름다움으로 황홀한 암흑이지만 속은 메슥하고 잠은 오지 않아 3000원짜리 커피를 시켰다.

이런! 커피 빈 미니 1T라니 고급 진 커피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싶다. 그건 그렇고 깨알 팁이라면 팁! 목베개는 당연하고 장시간 비행에, 그것도 넓은 앞자리를 차지했다면 에어 발 매트를 준비하면 한결 편한 여행이 된다.

장거리 여행 필수품 발매트다. ⓒ정민권

도착! 현지 입국 심사는 휠체어를 탄 내게는 약간의 난항이었다. 물론 별도의 심사로 기다리는 시간은 없었지만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지문을 찍으라고 재촉하는데 지문 인식기가 휠체어에 앉아 찍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도 찍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재촉만 한다. 결국 한참을 재촉하더니 얼굴을 찌푸린 채 그냥 가란다.

낯선 언어와 얼굴, 히잡. 드디어 낯선 나라에 휠체어를 타고 섰다!

잠을 자지 못해 비몽사몽한 채였지만 생각보다 공기는 후덥지 않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코타키나발루는 평균 기온이 26~27도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새벽이어서일까? 기대한 것만큼 이색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짐을 찾고 공항 라운지에 있는 매장에서 유심칩을 교체한다.

근데 이 유심칩은 사용해보니 꼭 필요한 사람만 하는 게 좋다. 주로 호텔에 있거나 혹은 큰 쇼핑센터 등에는 와이파이가 있다. 반면 가이드 없이 여행하는 개인이라면 구글맵이나 현지 콜택시 그랩 등을 이용하려면 유심칩이 필요하다.

유심칩을 교체하면 전화번호를 현지 번호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업데이트하면 현지 전화처럼 사용이 가능해진다. 한국으로 돌아와 유심칩을 다시 교체하고 다시 업데이트하면 평소처럼 이용 가능하다.

그렇게 우린, 가이드 미미와 함께 호텔로 간다!

세 번째 이야기도 곧!

수투라하버 퍼시픽 호텔 로비 카페. ⓒ정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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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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