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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홈 통해 맺은 인연, 나의 일곱 번째 딸

간섭이 아닌 관심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2-16 15:01:26
의미 있는 일, 기쁜 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일은 하나같이 행복한 순간들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들이 참 많을 것이다.

필자는 배 아프지 않고 일곱 번째 예쁜 딸을 낳은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 일곱 명의 딸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하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기쁘고, 정겹고… 감회가 새롭다.

20년 전, 자립을 하기 위해서 겪었던 일들이 어제의 일들처럼 되살아났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살 수 있는 집을 찾기 위해 하루에 20여 곳의 부동산 사무실을 돌아야 했고, 전셋집을 계약했다가 집주인이 뒤늦게 장애인이라고 파기 당하기도 했었다.

어렵게 얻은 셋집 할머니의 알뜰함 때문에 3월이면 심야전기보일러는 꺼지고 11월이 되어서야 켰기 때문에 그동안은 찬물로 목욕을 해야 했다.

복도에 전동휠체어를 놓는 것이 법에 걸린다며 치우라고 야단치던 옆집 할머니의 횡포를 당하기도 했었다. 이 모든 것이 장애인이었기에, 그리고 내 집이 없어서 겪은 서러움이기도 했다.

어릴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들이 명절날이면 양손 가득히 선물 들고 고향 찾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불편했던 날도 명절날이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 찾아오는 집안 오빠들과 언니들, 나이 많은 조카들을 보는 일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사람이 나이를 들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가지거나 함으로서 부모님 곁을 떠나는 것이 상식일진데 넌 왜 못하니? 그런 자격지심에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우리 부모님은 그런 딸을 보는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그럴 때마다 집에 손님 오시는 것이 싫었고, 모르는 손님이 오시면 숨었다.

아버지께서 내 나이 스물다섯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두 눈을 감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한테만은 저토록 가슴 아픈 딸이 되지 말자! 결심하고 홀로 설 결심을 했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이었기에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물론 형제들마저도 ‘나’라는 존재는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아닌 장애인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속으로 울었는지.
또 얼마나 슬펐는지….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40살이 되던 해 여름 홀로서기를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 장애인 체험홈을 꼭 하고 싶었다. 여자가, 그것도 장애인들이 나처럼 고생하지 않게 해 주고 싶어서…….

이번에 일곱 번째로 체험홈에서 나와 독립하는 여자가 있다. 재가 여자장애인…….

부모님 살아생전 부족한 자녀가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부모님은 애처로운 마음에 품에 끼고만 살려고 한다.

그래서 혼자 살아보겠다는 자식들의 결심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일곱 번째로 자립을 하는 딸도 그랬다.

본인은 체험홈에 살면서 자립을 하고 싶어했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심하셔서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필자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네가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나오면서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뢰를 얻어라.”일 뿐이었다.

1여년이 지났다.
자립하고 싶다는 열망이 많아서였는지 그녀는 필자의 조언대로 1년여를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집을 나와 체험홈에 살면서 사회생활, 가정생활 등을 열심히, 성실하게 익혔다.

그렇게 살아온 그녀가 일곱 번째 딸이 되었고 큰 선물로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자기만의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큰 기쁨이며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을 꿈꾸며 체험홈에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네들에게는 자신도 자립을 하여 당당한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으며 이미 자립을 시작하여 살고있는 네 명의 딸들은 더 큰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꾸며 근검절약하며 열심히 저축하고 근면하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없는 새는 아무리 튼튼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지만 꿈이 있는 새는 깃털 하나만으로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곱 딸들은 미래를 향한 꿈을 안고 높은 창공을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리라 믿는다.


자립을 먼저 실천한 선배로서, 또한 중증여자 장애인으로서, 사회와 부모님, 그 외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간섭이 아닌 관심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사 하는 것이다.

일곱 딸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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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안승서 (anss88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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