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스틸컷. ⓒ정민권

이렇게 불편할 이유가 없었던 캐릭터가 조커였다. 어쩌면 배트맨의 단짝이라 불릴 만큼 그 자체로 입지전적의 캐릭터가 그였다고 생각했다.

고담시의 악당, 심지어 잦은 실패와 허당끼도 살짝 보여주는 인간적인 악당이어야 할 조커가 이리도 불편한 악마로 탈바꿈한 이유가 뭘까?

영화 조커는 조커라기보다 아서(호아킨 피닉스)라는 인물에 집중한다. 불안을 있는 대로 떠안은 위태로운 모습 속에 살짝 정신 착란적 모습도 보여주면서 있는 대로 힘을 쥐어짜 버텨내고 있는 그에게 우린 몰입할 수밖에 없을 지경이 된다. 그래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캐릭터라기보다 그가 아서고 조커였다.

영화 조커 스틸컷. ⓒ정민권

"난 살면서 단 1초라도 행복했던 적이 없어"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일지는 모르겠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극이 아닌 지옥처럼 보이는 아서의 팍팍한 일상은 광대적 삶 자체다. 죄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웃음을 그려 넣어야 하는 광대들의 삶이란 부당한 일에도 웃으라 강요받아야 하고 어린아이들에게조차 광대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해야 하고 또 폭력을 당했다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무장하지 못한 것에 무시당해야 하는 삶이다. 게다가 언제든 현실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불안한 눈동자를 지녀야 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져야 할 엄마와의 밀착된 애정은 그다지 따뜻하거나 밝게 만들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더라도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라니… 관객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사실 영화 전체가 고담시를 암막을 둘러친 것처럼 어둡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가 시종일관 불편함을 내던지는 이유는 개인적인 감정 그러니까 적당한 표현을 찾자면 개인적인 분노로 인한 복수를 그러니까 폭력이나 살인을 정당화시키려는 노력에 있으며, 거기에 '정신질환'을 포장하고 있어서다.(뭐 나만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특정한 일부 계층의 잘못으로 일반화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덧붙이자면 '정상성'에 대한 입장을 감독은 어떤 기준으로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우울에서 시작하는 정신 착란을 경험하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가해자 심지어 사이코패스적 살인마인 범죄자 위치에 놓는다는 것이다.

분명 이들의 완치 여부는 습자지 같은 지식으로 확언할 수 없지만 치료를 통해 충분히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서를 바라보자면 정부가 의료 지원을 끊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담과 약 복용을 끊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서는 아서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커가 아닌.

이처럼 장애가 오롯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개인의 범죄나 문제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현대를 살아가면서 온전한 정신머리로 살아가기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런 건 분명 아니니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더욱 위험하게 느껴진다.

조커가 처음부터 조커가 아닌 조커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평등과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적 착란을 경험하면서 자신 스스로 정신 질환적 자아를(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는 카드를 만들어 다닌다.) 가두고 있고 그것이 자신이 아닌 외부 자극에 의해 터져 나온 것일 뿐이며 그로 인해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고도 인파에 묻혀 웃음을 흘릴 수 있는 멘털이 되었다는(영화에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표현을 한다.) 것을 정당화한다.

물론 그가 외부 자극에 그저 순응하면서 괴롭힘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지켜야 하는 사람(엄마)이 있어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정신질환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하던 일들로부터 폭발했다는 점에서 그의 심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 않을까?

백번 양보해 아니 양보할 문제는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잔혹사에 이 시대를 사는 소시민,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인 현시대의 저소득 하층민들의 심리를 대변한다고 여기기엔 너무 괴리감이 크다.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고 불평등에 무시를 당한다고 모두 총을 들고 가위를 휘두르며 저지르는 살인을 정당화하진 않는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을 손뼉 칠만 하지만 조커가 된 아서의 폭력성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꽤 우려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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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복지사. 책 읽고 글도 쓴다. 그리고 종종 장애인권이나 인식개선을 위한 강연도 한다. 미디어에 비친 장애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장애당사자로서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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