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참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교통, 예술 및 각종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문화(文化)란 단어를 떠올리면 답답한 마음이 되곤 한다. 아무리 21세기를 살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긴 해야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만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등등 그 어느 것도 옛 정신이 지켜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교통문화에 대한 나쁜 인상이다.

날마다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불법주차, 불법유턴사고 등등 눈살을 찌푸리게만 한다.

음주운전은 왜 근절되지 않을까?

나 좋다고 마신 술로 인해서 나도 상대방도 귀한 생명을 잃기도 하고 가족을 잃기도 하고 장애인이 되기도 하는데…….

남의 음주운전이나 잘못으로 인해서 내 생명을 잃거나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술 마시고 차량운행을 하겠는가?

음주사고로 인한 인명사고가 그렇게 무섭고 끔찍한데 좀처럼 음주운전 사고는 줄지 않는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음주 운전사고자가 한 번이 아니고 재범, 삼범이 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불법을 저지른 자에게는 다시금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음주운전을 할 것인가? 불법주차를 밥 먹듯이 하는 차량에 가중처벌을 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운전자는 면허증을 박탈하는 제도 도입은 어떨까?

얼마 전에도 골목길에서 트럭기사의 난폭운전으로 휠체어 탄 장애인이 그것을 피하려다 뒹굴어서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는데 차에 치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피하려다 당한 사고이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치료받으며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자 역시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불이 떨어져 건너려고 하는데 신호위반 차량에 치일뻔한 적이 있다. 스마트 폰에 정신이 팔려 미처 신호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고를 당할 뻔한 것보다 스마트 폰을 하느라고 신호위반을 한 운전자의 당당한 얼굴이다. 분명히 본인의 실수였기 때문에 보행자를 놀라게 해서 죄송하고 미안해야 할 텐데, 미안한 얼굴이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일그러진 얼굴로 길을 똑바로 보고 다니라는 망언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신호위반도 운전 중 스마트 폰 하는 것도 불법인데 미안한 마음, 죄송한 마음이 전혀 가질 수 없다니…….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잘못되었는가?

필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10년 만에 갱신을 했다. 운전면허를 너무도 힘들게 취득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직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새벽반에 들었다. 새벽 5시 40분에 충무체육관 앞에서 시험장 차를 타고 옥천으로 이동하면 6시 20분. 두 시간 기능연습하고 대전에 나오면 8시 20분.

그렇게 일주일 연습하고 시험을 보았는데 주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다시 일주일을 연습하고 시험을 보았다. 아 뿔 사! 이번에는 S자에서 선을 밟고 말았기에 끝까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연습할 때는 잘도 되더니…….

억울해서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또다시 일주일. 세 번 만에 만점으로 합격을 했다. 눈물이 펑펑!

운전면허를 취득하면서 억울해서 울어보고 기뻐서도 울어보고 두 시간을 연습하면 괜찮은데 세 시간을 연습하는 날은 몸살이 나기도 했다. 2005년에 그렇게 어렵게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는데 필자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두 번째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이다.

내 어머니를 모시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운전을 하고 아스팔트를 달릴 때만은 내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잊는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자동차는 두 발이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자동차는 발이 될 수도 있고 교통수단이며 생계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하루에 왕복이 가능하지 않던가.

자동차는 그렇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잘못으로 혹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서 흉기가 되는 것 또한 자동차다.

흉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교통문화를 잘 지키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초질서!

그렇다. 기초질서를 지키고 법을 지키는 민주시민이 될 때 우리의 안전은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운전을 하면서 눈물을 흘려본 기억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면, 필자의 고향이 지금은 세종시지만 2005년도에는 충청남도 연기군이었다.

자가로 처음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대전을 벗어나 연기군에 들어서기 직전 현수막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명절에 고향집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했는데 스스로 차를 몰고 고향에 가다니…….

감격으로 인해서 눈물이 흘렀던 기억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도 차를 몰고 출근을 하면서 안전한 교통문화의 기초질서 정착되어 장애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흉기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기계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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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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