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다. “농인은 장애 정도가 드러나지 않아서 다른 장애가 있는 사람보다 더 낫다는 말. 휠체어를 타거나 사지 절단이 되었거나 이런 장애에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장애가 티가 나지 않아서 좋겠다.”

나는 이 말을 통합학교에 다닐 때 다리를 절뚝거리던 지체 장애 친구한테서 들었다. 장애는 티가 나지 않으면 좋은 걸까?

“농인도 장애가 있구나”라고 티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기를 착용한 경우에 말이다.

나 역시 보청기 착용자인데 보청기를 낄 때마다 머리로 가리곤 하였다.

보청기를 맞추러 갈 때도 내가 만나던 청능사는 보청기를 바꿀 때 외관상 잘 보이는 귀걸이형보다는 귓속으로 쏙 들어가서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귓속 형을 권장하기도 하곤 하였다.

하지만 나는 고도 난청자라 귀걸이형밖에 선택할 수가 없었고 머리로 가리고 다녔다.

보청기는 부끄러운 걸까? 어린 내가 장애 그리고 보청기에 대해서 처음 배웠던 것은 바로 ‘부끄러우니 가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체 장애 친구가 말한 농인은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좋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보청기를 착용해왔고, 20년이 넘도록 보청기를 착용해온 지금의 나로서의 결론은 ‘보청기는 드러내는 것이 좋다’라는 것이다.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눈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보청기 역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도구임이 분명하다.

잘 듣지 못하는 사실을 왜 숨겨야 하는가? 보청기는 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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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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