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BF인증기관 추가모집을 하여 몇 기관이 추가되었을 때 아직 신청 기관의 수가 많지 않은데 인증기관이 늘어나면 각 기관들이 부실해진다는 우려와 공공적 성격보다는 과대경쟁과 장애 감수성 부족 등으로 인증기관끼리의 심사수준의 편차 발생, 경쟁시장으로서 상업화되는 우려가 있었다. 반면에 인증기관을 확대해야 ‘장애물없는 생활환경(BF)’ 시장이 넓어지고 활성화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 BF 신청 대상자를 확대하여 활성화하면 신청자가 많아질 것이므로 인증기관을 추가하자는 결론이 났고, 기존 부실한 운영과 실적을 가진 인증기관에게도 다시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 기존 기관은 탈락자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4곳이 추가로 선정되었다. 추가로 선정된 인증기관에게는 장애인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보장과 직원배치를 조건으로 하였다.

현재 그때의 목적이 잘 실현되었는가를 보면, 7개 인증기관 중 오히려 실적이 더욱 없어 유명무실할 정도로 부실해진 기관도 있다. 공공기관이면서 종합심사를 하고 있는 곳이 담당자 변경과 너무 적은 심사 실적으로 인하여 담당자들이 인증심사 감각마저 잃어 전문성마저 의심할 정도가 되었다. 건축주나 시공사가 어느 기관에서 BF심사를 받을지는 선택의 문제이고, 다양한 BF인증기관이 있으니 지리적으로 찾아가기 불편하거나 인지도가 낮으면 신청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저조한 인증기관은 BF 시장의 활성화와 거리가 멀고, 기관의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신규로 인증기관이 된 곳 중에서도 전체 BF 신청자가 크게 늘지는 않아 이를 여러 인증기관이 나누어 맡다 보니 경영상 적자를 보지 않은 곳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사실은 적자 원인은 기관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심사료의 비현실성으로 기인한 것이다. 심사를 위한 소요비용으로 인건비와 심사비용, 심의비용, 그리고 사무와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시장 확대는 기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적 뒷받침으로 의무대상 확대가 필요한데, 정부 정책에서 BF 대상기관을 확대한다는 것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무책임한 상상과 추가모집에 대한 변명으로만 활용되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접근성을 보장하여 누구나 살기 편한 사회 환경을 만들어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너무나 중대한 BF제도가 BF인증기관의 확대로만은 결코 달성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에 첫째, 다른 기관의 공신력마저 깎아먹을 정도의 부실 실적을 내어 기관의 BF에 대한 의지도 약하고, 능력도 없는 BF인증기관은 아무리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과감히 재심사에서 탈락을 시켜야 한다. 단 한 곳도 탈락 없는 재심사는 너무나 형식적인 심사라 할 수 있다. 만약 탈락자 한 곳도 없다면 운영위원 상당수가 각 인증기관의 심사 또는 심의 위원을 겸하고 있어 공정성을 잃어버린 재심사를 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재 3단계로 심사료를 받고는 있으나 인증기관의 견실한 운영을 하고 관련 연구까지 확장하고 기관의 안정된 유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심사료이다. 소규모 시설의 경우는 지금도 심사료 금액 수준이 부담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큰 규모의 시설이라도 심사료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편차를 더 두거나 단계를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거나, 아니면 면적당(평당) 심사료를 정하거나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인증기관 중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어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BF인증의 비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다. 이번 추가모집에 단 한 곳만 신청을 한 것을 보더라도 전혀 매력 없는 인증기관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정부와 운영위원회는 BF 의무 대상을 확대해 공원과 관광 등에서도 장애인에게 접근성이 보장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제도의 유지가 아니라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무대상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민간시설이라 하더라도 건물의 이용자들이 공동 이용성이 높다면 BF심사 대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이번 재심사와 추가모집에서는 BF인증기관을 신규로 신청한 곳도 있고, 일반을 종합으로 확대하는 신청을 한 곳도 있다. 장애 감수성과 업무를 성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지, 기존 인증기관과 협력을 잘 할 수 있는 곳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BF인증이 다른 건물 인증제도(녹색환경 등)의 추가상품처럼 되거나 옵션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심사의 판단기준이 타기관보다 난이도가 낮아 BF인증 신청자가 몰리는 현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여러 인증기관과의 상호 협력과 심사의 통일성, 새로운 BF기준의 제정과 종사자 교육 등을 위하여 BF운영기관을 정해야 한다. 현재 BF운영위원회를 두고 BF인증기관과의 소통과 교류를 위하여 매월 모임을 가지고는 있으나, 이 정도로는 새로운 심사기준을 만들어 나가고, 기관과의 편차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운영위원회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잘 알지만, BF인증제도의 발전과 장애인들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부분이 있다. 진정 어떠한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며, 제도의 안정과 확대를 위한 결단을 이제는 내려야 한다.

모두가 환영하고 만족하며 부작용이 없고 모든 인증기관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가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BF인증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되느냐, 아니면 이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제도가 되느냐는 정부와 운영위원회의 몫이다.

너무나 좋은 BF인증제도가 보건복지부와 국토부라는 두 정부부처에서 2년 주기로 번갈아 맡으면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에도 무사안일한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장애인들은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아 사회시설물로부터 배제되고 차별받는 경험을 할 때마다 장애인들은 정부와 관련자, 시설주에게 원망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원망들이 쌓여 BF 인증제도가 실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감을 주지 못하여 장애인들은 BF 무용론까지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제발 BF인증제도가 규제에 불과하다거나 무용론이 주장되거나 제역할 못하는 형식적 제도라 비판받지 않기를 바란다. 실제로 이용할 수 없는 편의시설을 ‘그림의 떡’이라고들 말한다. BF 인증제도마저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운영위원회가 혁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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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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