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었다.

차가 신호등에 잡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휠체어를 탄 청년이 지나가는 택시를 타려고 손을 흔들었다.

택시 하나가 멈추더니 기사님이 내렸는데 여 기사님이었다.

기사님이 휠체어 장애인 앞으로 가더니 어린아이를 안듯이 번쩍 안아서 차에 태우고 휠체어를 접어 차에 싣었다. 그리고 택시는 달려갔다. 아주 짧은 시간에 늘 하던 일 인 것처럼 이루어졌는데 마치 엄마가 자녀를 태우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출근길 바쁜 시간에는 택시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한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분명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는 행동이다.

장애인콜택시가 자가 운전을 하는 장애인들도 많고 지하철과 저상버스가 생겨서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휠체어 장애인이 택시를 타기가 참 힘들었다.

동행인 없이 혼자서는 더더욱 힘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다 되는 것 같다.

퇴근길에 택시를 타려고 길에 있었다.

여러 번 손을 흔들었지만 택시들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쳐 갔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장애인이 되어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나, 하는 비애감도 들었다.

그래도 택시를 타지 못하면 집에 갈 수 없으므로 지지치 말고 손을 흔들어야만 했다. 또 하나가 그냥 스쳐지나가 저만치 보이는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얼마 후, 필자 앞으로 택시가 와서 멈춰 서더니 기사님이 내려서 필자가 차에 타는 것을 도와주고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싣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섰던 바로 그 택시였다.

택시 기사님은, ‘몸이 건강한 사람은 내려서 다시 택시를 잡아 탈 수도 있지만 휠체어를 탄 손님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태운 손님을 내려놓고 되돌아왔다.’고 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열심히 살아야겠구나'하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작은 도시가스 회에서 경리로 근무할 때였다. 그 곳은 지하에 있었다. 계단 앞에 휠체어를 놓고 계단 난간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가야만 했다. 다 내려가고 나면 온 몸에서 진땀이 나는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가끔씩 땀에 흠뻑 젖은 등을 내밀며 업히라고 하는 젊고 예쁜 아줌마가 있었다.

요구르트 배달하는 분이었는데 그렇게 젊고 예쁜 아줌마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업고 계단을 내려가면서‘시간만 맞으면 내가 도와줄게요.’했다.

그 날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추운 겨울 만년교 다리위에서 만났던 아줌마의 한 마디‘아가씨를 보면 나도 덩달아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겨요’라는 말을 건네던 젊은 아줌마.

그리고 아침마다 잘 다녀오라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2층 아줌마 내외분.

휠체어를 타고 길을 가다보면 많은 장애가 삶을 어렵게 한다.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정차되어 있는 외제 승용차와 값비싼 고급 승용차.

그리고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본인이 불편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고 거부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정말로 조금씩만 배려 심을 갖는다면…….

그네들에게도 장애인들의 불편함이 보이지 않을까?

세상은 혼자서만 살 수 없다. 그리고 장애는 나에게만 피해가는 것도 아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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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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