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누구나 의료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각종 암에 대한 치료비와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대하여 보험 산정 특례를 적용하여 혜택을 주고 있다.

가족 중에 이러한 환자가 있을 경우 가족은 소득을 위한 활동을 하기 어렵고, 치료비용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들어가게 되니 국민을 돌볼 의무가 있는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희귀질환으로 인해 지원을 하는 것인데, 지원을 받으려면 장애인등록증을 제출하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희귀난치성 질환 천여 가지 중에서 장애를 가지게 되는 요인이 되는 질환이 일부 있다. 희귀질환인지 의료인에게서 진단을 받았는데, 그 결과로 장애인이 되었는지까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은 의료진단을 믿지 못하여 결과까지 확인을 해야겠다는 것이 아닌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건강보험공단에서 희귀질환으로 특례 적용을 받으려면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에 나와 있는 문구대로 장애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하여 혜택을 줌으로써 장애등급 2급까지만 혜택을 주던 것을 3급에 해당하는 심한 장애인까지 확대된 점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1, 2등급 중증장애인에게 약국의 접근성과 이동권의 제한을 인정하여 병원에서 약을 바로 구입하도록 한 약사법에서도 '심한 장애인'으로 표기하니 대상이 확대된 것은 좋으나 심하다는 표현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의료진이 희귀질환을 판명하였고, 이를 치료함에는 치료비가 부담되는 것은 같은데 장애 정도를 보고 지원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가 심하지 않다고 치료비가 더 저렴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국가가 치료를 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까?

희귀질환은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질환으로 15개의 장애 유형에 속했을 때 장애인이다. 중증난치성 환자에게 산정 특례를 적용한다면 의료진이 중증난치성인지 판정하면 될 것을 장애인을 기준으로 산정 특례를 판정하는 것은 장애 유형에 속하지 않은 동종 희귀질환자에게도 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하는 꼴이 된다.

희귀질환 중 장애정도가 필요한 것은 총 113개 질환으로 희귀질환 84개, 극희귀질환 26개, 중증난치질환 3개이다. 이 질환들은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나머지 희귀질환은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장애인 등록이 산정 특례 기준의 조건은 아니다. 장애인이 될 질환들만 이중으로 장애인등록증 서류를 내어야 한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진료비 부담이 높아 산정 특례로 정하고 있는 질환은 암, 심장, 뇌질환, 희귀, 중증 난치, 결핵, 중증 외상, 중증 치매이다.

뇌혈관이나 심장 질환은 최대 30일, 결핵은 완치 시까지, 나머지는 5년 동안 산정 특례 적용을 받아 5% 또는 10%만 치료비를 자부담하면 된다.

희귀질환(극희귀질환 포함)들은 재등록이 가능하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모두 자부담 비율은 10%이다. 병원에서 산정 특례 확정을 받아 개인이 직접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거나 병원이 대행하여 신청하여도 된다.

극희귀질환들을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랑거 기드온 증후군(신체 변형을 가져오는 유전질환), 색소실조증, 3MC 증후군(상염색체 열성으로 인한 기형과 지적장애 유발), 워커–워버그 증후군(상염색체 열성유전으로 뇌성장부진 등과 근 이양증으로 조기사망), 코핀 시리스 증후군(약지성장 저하, 언어장애와 지적장애 유발), 엠마누엘 증후군 등 의료인이나 질환자 가족이 아니면 평생 한번 들어볼까 말까한 이름들이다.

이 질환들이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들로서 산정 특례를 받으려면 장애가 심한 장애라는 것이 등록 기준이므로 장애인카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다.

희귀질환들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21삼염색체증, 전위, 촤지증후군, 위버증후군, 소토스증후군, 바테르증후군, 코케인 증후군, 주로 단신과 관련된 선천기형증후군, 시클 증후군, 프라더–윌리증후군, 두보위츠증후군, 드 랑즈 증후군, 단안증, 잠복안구증후군, 근골격계통의 선천변형 NOS, 근골격계통의 선천이상 NOS, 근골격계통의 상세불명의 선천기형, 선천성 근위축, 힘줄의 결여, 선천성 다발관절만곡증 등이다. 이 질환들 역시 대부분 장애가 심한 장애인이어야 산정 특례 대상자가 된다.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국소발병의 발작을 동반한 특발성 뇌전증 및 뇌전증증후군,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복합부분 발작을 동반한 증상성 뇌전증 및 뇌전증증후군,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전신성 특발성 뇌전증 및 뇌전증증후군 등은 중증 난치 질환으로 장애 정도 상관없이 뇌전증장애로 등록만 되면 산정 특례 대상이 된다.

희귀질환은 유병률이 2만 명 미만인 경우를 말하고, 극희귀질환은 유병률 200명 이하를 말한다. 극희귀질환이 대체로 진단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제약 이용 고객의 수가 적으니 약값이 비쌀 것이다. 극희귀질환이라고 하여 더 중증인 것은 아니다. 극희귀질환이라고 하여 산정특례에서 자부담 비율이 더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장애 정도를 보고 주어지는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적 서비스로서 질환의 심한 정도를 기준으로 서비스가 주어져야 함에도 장애 정도를 기준으로 의료적 서비스를 결정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왕 희귀질환에 걸리려면 심한 장애를 가지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같은 진단비와 치료비가 필요함에도 차별을 하여 산정 특례를 정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장애정도를 보는 기준만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등록과 무관하게 희귀질환으로 판정되면 산정 특례 적용을 해 주는 것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의 제대로 된 국격일 것이다. 아니면 모든 희귀 질환을 장애로 인정하여 희귀질환 등록을 하면 자동으로 장애등록이 되도록 하든가 해야 할 것이다.

장애 유형은 15년이 지나도록 15개 유형만으로 한정하여 인정하면서 희귀 질환의 환자들에게 그 범주에 들어가라고 하는 꼴이 아닌가 한다. 장애등록과 정도를 산정특례 기준으로 하는 것은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장애인복지정책이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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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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