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지역민이 함께하는 초복날 삼계탕 나눔행사. ⓒ이민훈

12일은 초복이다. 복날 우리는 흔히 몸보신을 위해 삼계탕이란 보양식을 먹으며 무더운 여름에 대비한 영양을 보충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런 보양식을 어떤 이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실은 필자가 경험한 5년 전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말복날이었다. 알고 지내는 지인과 점심시간 삼계탕집을 찾았을 때였다. 우리가 자리에 앉았을 때 한 장애인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북적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자리를 찾았다.

그런 모습을 본 식당주인이 무언가를 손에 챙기며 빈자리를 찾던 장애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라.

그리고는...

"어서 나가세요. 여기 이거."

찾아온 손님을 쫒아내는 광경이다.

그리고 장애인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며 나가라고 한다. 그게 뭔가했더니 만원이었다. 강제로 돈을 받을 장애인이 당황해하며 입을 연다.

"그게 아니라, 삼계탕 한 그릇 먹으로 왔어요."

복날이었기 때문에 삼계탕을 먹으로 왔다는 장애인의 말을 듣고 식당주인이 대답했다.

"지금은 무료로 드릴수가 없어요. 다음에 오세요. 나가세요!"

쫒겨나다시피 식당 밖으로 떠밀린 장애인의 모습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식당주인에게 다가가 나의 명함을 내밀며 우리 일행이라고 말하였고 식당주인은 죄송하다며 다시 장애인을 우리와 합석시켰다.

너무 화가 났고 분했지만 이런 일은 다른 사회복지사들에게 들었을 때 빈번히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장애인시설 원장이 된 지금, 당시의 상황이 떠올랐다. 이런 문제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문제만이 아닌 저소득 노인들에게도 종종 발생한다는 정보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시설 종사자들과 이에 대해 회의도 하며 재원마련에 대한 방법부터 제공될 대상자, 장소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에 시범으로 첫 번째 삼계탕 나눔행사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복날 제공되는 삼계탕. ⓒ이민훈

2017년 8월에 진행된 첫 번째 '말복데이행사'는 독거장애인 및 노인을 대상으로 20가정에 생닭과 탕재료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행정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대상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말복데이행사는 2018년 8월에 진행되었으며 전년도보다 많은 약100가정에 삼계탕을 배달하였다. 그

리고 2019년, 세 번째 복날행사는 행정동사무소의 주관에 우리시설이 생닭을 후원하여 더 많은 지역의 저소득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삼계탕을 전달하였다. 약 500명의 대상자들이 배부르게 삼계탕을 드시는 모습은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보상을 만들어주었다.

삼계탕을 나르는 자원봉사자의 밝은 미소. ⓒ이민훈

누군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런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뭐죠?"

누구든 먹을 수 있고 즐겨야 하는 음식에 차별과 편견이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문전박대를 하고 어르신이라고 괄시하는 것이 굉장히 싫어서다. 매년 우린 이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분좋게 삼계탕을 먹을 수 있도록 후원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주최한 도마동행정복지센터와 후원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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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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