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에 장애를 입는다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장애를 입는 아픔을 당하면서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70년생 김민찬씨다.

그는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첫아들이었던 만큼 부모님에게는 기쁨도 크셨다. 하지만 태어나서 일주일 만에 열로 인해서 경기를 하였다.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뇌병변 장애를 입게 되었다. 그것이 첫 번째 시련이었지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는 장애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성장이 느리긴 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9년 동안 친구들과 열심히 어울렸고 개근상을 받을 만큼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이유도 없이 몸이 점점 나빠져 갔다.

2학년이 되면서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자 휴학계를 내고 부모님은 아픈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다녔다.

시신경에 문제가 있다고만 할 뿐 정확한 병명도 치료책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치료도 학교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그가 두 번째 겪은 아픔이었다.

몇 년 동안을 집안에서만 지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란 주재를 가지고 고민을 하였다. 그에게는 고민만 있을 뿐 희망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간들이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삼육직업전문학교라는 곳을 소개받아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수업을 받은 결과로 전자기기 기능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찰칵. ⓒ안승서

“아! 나도 이제 취업을 할 수 있겠구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취업을 하는 데는 자격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가 심하지 않아야만 할 수 있었고 그처럼 장애가 심한 사람에게는 취업의 문턱은 너무나도 높았다.

그렇다고 좌절 속에서만 살아갈 순 없었다. 삼육직업전문학교를 그만두고 국립재활원으로 옮겨서 컴퓨터 기초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하나를 알게 되니 두 개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램 과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덕산직업전문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여기서 그는 높은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덕산직업전문학교는 전문대 과정이라서 고졸의 자격증이 있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독학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1년 만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담양군 산골짜기에 있는 전문학교에서 2년간 공부하면서 정보처리 기능사 2급, 정보처리 기사 2급 이론과 실기 시험을 한번 만에 합격했다. 그리고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에 나가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래, 이 정도면 어디든 취직을 할 수 있을 거야.”

장애인들에게, 그것도 중증장애인들에게 취업의 문턱은 지금도 높긴 했지만 20년 전인 그때는 더욱 높았다. 열심히 노력해서 비록 장애인이지만 사람답게 살겠다는,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후 부모님이 계시는 대전으로 돌아와 살아가게 되었다. 그는 여러 번, 정말로 죽을 만큼 아파서 병원에 입원도 해야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그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고 또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들, 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도 건강을 위하여 으라차차∼. ⓒ안승서

그는 복지일자리를 하고 있다. 그의 취미는 프로야구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꿈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를 모시고 크루즈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몸이 더 굳어지고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는 꿈을 이루는 날까지 어머님이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시길 매일매일 기도한다고 한다.

김민찬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일하고 싶은 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하고 싶어도 기초생활수급권에 묶여서 일하지 않는 장애인들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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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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