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에 척수손상을 당한 척수장애인들은 후천성신경인성방광이라는 증상을 가지게 된다. 방광도 근육과 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척수장애인은 중추신경인 척수신경의 손상으로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이 상실이 되어 자의적으로는 소변 배출이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척수장애인들은 못 걷는다는 불편함 보다는 자의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불편함이 더 심각한다. 시간에 맞추어서 요도에 얇은 호스(카테터)를 삽입하여 소변을 배출시킨다. 또는 폴리라는 얇은 호스를 장기적으로 유치하여 소변을 뽑아내기도 하고, 복부에 구멍을 뚫어 폴리를 유치하는 경우도 있다.

1990년 초 이전에 손상을 입은 척수장애인들은 배를 두드리거나 힘을 주어 비닐(코모도)이나 콘돔 같은 도구를 통하여 소변을 배출하는 방법이 더 익숙하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소변을 배출시키는 척수장애인들의 삶이 참 번거롭고 구차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는 사회생활에 매우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소변배출이 방광건강과 신장건강에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방광염으로 고생을 하고 신장에까지 손상을 입으면 투석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척수장애인 중에 방광암으로 방광을 적출하여 요루장애까지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사회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2017년 1월부터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인 척수장애인에게도 자가도뇨 카테터 소모품(1회용)이 건강보험적용이 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가 요역동학 검사가 필수이다.

사실 척수장애인들은 방광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방광CT촬영이나. 요역동학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검사들은 비뇨의학과에서 시행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척수장애인들은 비뇨의학과 하고는 그다지 친하지가 않다.

필자도 30년 전에 다친 경우라 배에 힘을 주어 소변을 보는 케이스이다. 오랜 동안 방광염에 걸린 적이 없고 잔뇨도 없는 편이라 방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만을 했다. 당연히 방광검사를 정기적으로 한 적도 없다. 5년 전인가 방광초음파와 방광CT를 찍은 기억이 있을 뿐이다. 당시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 자만감이 더 강해졌다.

최근 소변에 냄새가 나서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방광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리를 안 하면 더 안 좋아진다는 당연한 경고에 방광CT촬영과 요역동학 검사를 하게 되었다.

특히 요역동학 검사에 대해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곤란함과 불편함을 토로 하였다. 이는 자가도뇨 카테터 소모품 건강보험적용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추측하고 있다. 척수협회의 사무총장으로서 검사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공명심도 있어서 그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방광CT촬영은 촬영장비에 누워서 방광 안으로 조영제를 넣고 방광의 모양을 촬영하는 것이다. 방광의 모양은 물론 방광내벽의 모양을 촬영하여 방광의 건강상태를 확인한다고 한다. 필자가 자만했던 것과는 달리 방광의 모양이 찌그러졌고 방광내벽이 매끈하지가 않고 울퉁불퉁하다고 한다.

배에 힘을 주어 소변을 보는 경우는 힘을 주는 과정에 방광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양이 변형된다고 한다. 물풍선을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늘어나듯 변형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요역동학검사는 여러 가지 불편한 배뇨 증상들이 배뇨과정 중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방광과 요도의 기능과 배뇨 중 문제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검사이며, 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배뇨 장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힘들 수 있다고 한다. 그 만큼 필수적인 검사이다.

먼저 진찰대로 올라가기 전에 코모도(이동식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데 흔들리는 변기는 안정적이지 못했고 아주 작은 변기커버는 욕창을 걱정하게 하였다. 자의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척수장애인에게 이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고 질문을 하니 소변보는 형태를 알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요역동학 검사는 산부인과 검사대 같은 진찰대에 누워서 두 다리를 걸쳐 놓아야 한다. 그리고 방광 내압을 측정하기 위한 관을 요도에 삽입하고, 복부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도관을 항문에 삽입한다. 이를 위해 관장을 요구한다.

관장도 고민이고 진찰대라는 것이 꼬리뼈에 욕창을 유발하기 좋게 딱딱하다. 척수장애의 상황을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하여 로호방석을 깔고 그 위에 방수패드를 깔고 검사를 시작하였다. 하의를 벗고 진찰대로 오르내리는 과정과 방석을 깔고 준비하는 과정에 인적자원이 절대로 필요하다.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라면 더 많은 인적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다행이 병원 측에서 친절히 도움을 주었지만 이런 인적서비스가 없다면 상호간의 신뢰는 형성이 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검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준비를 하고 누워있으니 수치심도 든다. 아무리 병원에서 하는 검사라고 해도 여성 간호사와 조무사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니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든다. 식염수를 넣으면서 차가운 느낌이나 방광이 차는 느낌이 있으면 얘기하라는 말도 조금은 서운하게 들리기도 한다. 전혀 느낌이 없는 척수장애인인데 말이다.

이 검사는 현재로서는 다른 검사로 대체를 하거나 편하게 하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척수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이 검사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불편없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인적서비스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척수장애인들은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척수장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뇨의학과에서도 노력을 해야 하고 척수협회와 함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연구했으면 한다.

또한 부담스러운 검사비(1회당 15~20만원)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관계자들은 검사과정에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이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특례유형으로 분리하여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겠다.

또한 전국적으로 이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일부 지방에서는 그 수가 너무 적어서 검사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는 척수장애인의 의료접근성에 커다란 구멍이라는 생각이다.

바라건대 척수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에 이 방광을 위한 검사가 필수가 되도록 하는 장치 마련이다. 현재로서 좋은 방법은 장애인건강검진 항목에 이 검사를 필수로 하는 것이다.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위한 일반검진항목과 함께 장애유형별로 필수 검진항목이 있어야 하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필수 건강검진항목에 방광CT촬영과 요역동학검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장내시경검사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건강에도 예외가 될 수가 없다. 척수장애인의 건강을 위한 치밀한 계획과 프로그램이 작동되기를 희망한다. 그 시작이 척수장애인의 건강한 일상의 삶을 보장해 주는 방광관리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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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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