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노란색 나비 넥타이를 하고 연주한 배범준. ⓒ김태영

네가 잘생겨서 그래

봄바람이 꽃향기와 춤추게 한다.

눈부시게 파아란 하늘이 흥얼흥얼 노래하게 한다.

“엄마 음치~”

아들 범준이가 어미 입을 막는다.

따사로운 햇살이 산책하자고 손짓한다.

오월이다.

하늘하늘 거리는 것은 꽃잎이고

살랑이는 것은 봄 향기에 춤추는 옷자락이다.

공원에는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조르르 따라가는 강아지들의 방울소리들이

따사로운 햇살 미소 가득하게 한다.

미소청년 배범준도 아이마냥 사뿐사뿐 즐겁다.

“이건 진달래예요~

저건 분꽃 이예요~

와~ 꽃향기 좋아요~”

먼저 달려가서 “이것 보세요 이건 보라색 꽃이에요 예쁘죠?”

또 무엇을 발견했는지 앞서가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그리고는 “우와~ 예쁘다~”며 어서 보라고 한다.

어미 눈에는 사랑스런 모습이다.

어미 마음도 해님이다.

유치원 아이들을 귀여워 하는 첼리스트 배범준. ⓒ김태영

그런데 다른 웃음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이내 청년 배범준은 멈칫하더니 눈치를 본다.

몇몇이 보내는 낄낄거림을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내게 서둘러 되돌아온다.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

“엄마, 나를 왜 봐요?”

스물세 살 청년이 어린아이처럼 꽃을 좋아하고, 나비를 따라다니고,

폴짝폴짝 뛰며 해 맑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낯선 이들의 차가운 시선을 나는 이렇게 말해 줬다

“네가 잘 생겨서 그래~.”

"노란 병아리처럼 귀여워요~" 유치원 친구들이 병아리 같다는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 ⓒ김태영

오빠는 내가 지킨다.

어미의 마음을 알았는지

내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범준.

우리의 일상이다.

차가운 시선들을 부숴버리는 또 하나의 뜨거운 시선이 있다.

같이 걷고 있던 세 살 터울의 여동생.

딸아이의 시선이 그 무리들을 흩어지게 한다.

공주였던 딸아이가 8살 때부터는 바지를 고집했다.

오빠에게 돌을 던지고 흙을 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돌을 던졌다. 그 어린 꼬마아이가 서너 살 많은 아이들과 싸우며 얼마나 아팠을까

어릴 때부터 오빠를 따라다니며

어미가 미처 읽지 못하는 것들을 꿰뚫어 본다.

언제나 오빠를 지켜온 딸이 이젠 꽃향기 가득한 성년이 되었다.

여름의 초록을 닮아가기를

가을의 풍성함을 거두기를

겨울에 따뜻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한다.

"첼로가 있으면 행복해요" 건물 층계에서 연습 하는 배범준. ⓒ김태영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오직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너도밤나무’는

1000번째 나무가 되고 싶어서 큰 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나도 밤나무~~”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는 없는 힘까지 내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아이를 위해서는 도망가기 바빴다.

더 아프고 싶지 않아서 피하려고 했다.

나는 포기가 제일 쉬웠다.

어미의 낮은 자존감은 자식을 힘들게 했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자는 범준.

언제나 꿈을 꾸는 아들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

그 응원들 덕분에 ‘너도밤나무’처럼 소리를 내어 본다.

어머니가 되기 위한 1000가지의 모습 중에 한가지는 닮았으니

나도 ‘엄마 이름표’를 욕심내겠다고....

“저는 엄마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지적장애인 오빠와 예쁜 여동생 그리고 어미의 봄 소풍.

어린아이 같은 청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에 행복한 오월을 만납니다.

지적장애인 배범준도 꽃향기 솔솔 부는 공원에서 눈부신 파아란 하늘에

하얀 예쁜 구름 세어가며 나비 따라 뛰어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하는 미소천사 배범준의 母 김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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