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에게 말하고 있는 진혜. ⓒ최선영

"현석아~ 그렇게 TV만 보고 있지 말고 나가서 놀던지 책이라도 좀 읽으렴~"

저녁 준비를 위해 마트에 나갔다 들어온 진혜는 TV를 보고 있는 현석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미술대회 나가서 또 상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은수 엄마 선희와의 만남이 진혜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쁜 은수가 상 받은 것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지만 마음 한편에 던져진 아쉬운 마음이 현석이 앞에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그림을 포기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서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던 진혜의 마음 한편에는 늘 포기해버린 꿈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이룬 진혜에게 현석이를 만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5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만난 현석이를 멋진 화가로 만들고 싶은 또 다른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석의 장애를 받아들고 진혜는 그 꿈마저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진혜는 다른 아이와 현석이를 절대 비교하거나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른 아이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 한가지 은수가 미술대회 나가서 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두 번이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현석이가 다섯 살 때 동네 미술 학원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비장애 아이들 틈에서도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현석이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미술 학원을 오래다니 지는 못했습니다. 현석이의 조금 다른 모습을 아이들은 흉내 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싫어했고 미술 학원에 항의를 했습니다.

“저... 현석이 어머님... 정말 너무 죄송한데요...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자꾸 현석이 흉내를 내는가 봐요...”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렵게 말을 꺼내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를 하고 현석이의 손을 잡고 나왔습니다. 그날 이후 진혜는 더 이상 현석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현석이를 집에서 진혜가 함께 해주려 했지만 현석이는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싶다며 학원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현석이는 자연스럽게 미술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2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고 은수네 와 친하게 지내며 진혜는 은수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면 어릴 때 그림을 좋아하던 현석이 생각에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른 학원을 알아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그때,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을 찾아가서 현석이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어린아이들은 흉내를 내더라도 흥미를 잃게 되면 곧 그만두게 된다든지 아니면 아이들이 어리지만 현석이의 상황에 대해 잘 설명이라도 해주고 그렇게 흉내 내지 말라고 하면 된다고 하든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자신에 대한 아쉬움으로 늘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야기 나누고 있는 진혜와 선희. ⓒ최선영

“현석 엄마~ 차 한잔해요~”

“네~ 그래요.”

진혜와 선희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십니다.

“참~ 우리 지난주에 친척 결혼식 갔다가 은수랑 같은 또래가 있는 사촌 언니를 오랜만에 봤는데 ‘지노도예학교’에 체험활동하러 온 가족이 갔었다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은수가 미술에 관심이 많으니까 생각나더라 하면서 얘기해주었어요 거기 발달장애인 선생님이 도자기 수업을 했다는데 아이들이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에 좋은 마음을 담고 왔데요. 다른 활동도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하고요. 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한다는데 현석이 생각이 나서 얼른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어머~그런 곳도 있어요?”

“네 저도 처음 알았어요.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온다고 하니까 한 번 알아보세요.”

집으로 오는 길에 폰으로 검색해보니 선희의 말대로였습니다. 진혜는 정말 기뻤습니다.

“현석아~ 현석아~”

"네-엄마."

“현석이 어릴 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잖아.”

“네-그림 좋아요.”

“만드는 것도 좋아? 현석이가 물 마시는 컵 같은 거.”

“물컵 좋아요.”

“미안해. 우리 현석이가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엄마가 했어야 하는데... 우리 현석이 이제 멋진 예술가가 되는 거야. 같이 가보자.”

진혜는 현석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예술에는 장애가 없습니다.”

지노도예공방에는 예술로 공감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장애가 없습니다.

장애인의 꿈을 찾아주고 그 꿈을 마음껏 빚어낼 수 있는 지노도예학교!!

지노도예학교. ⓒ최선영

[예술가가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거나, 누군가 재능을 발견해주어야 하는데, 재능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재료도 구입해야 하고, 방향을 잡아줄 선생님도 필요합니다. 장애인은 재능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보다 사람과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가족들이 재능을 발견해주어야만 합니다. 장애인들이 꾸준히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또한 매우 적고, 가족들의 경제적·심리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예술가들이 꿈을 찾고, 예술가로서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기업

[지노도예학교는 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합니다]

디자이너는 재능만으로 될 수 없습니다. 숙련된 솜씨를 얻기 위해 그림을 많이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지노도예학교의 장애인 도예가 선생님들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연습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듭니다.

더 많은 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해 매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장애인들을 10명 선발해 예술 교육을 합니다. 이전까지는 도예 수업을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 수업으로 변경했습니다.

수업을 수료한 분들 중 출근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들은 지노도예학교에서 같이 일할 수 있습니다. 매일 출근이 어렵더라도 디자인에 재능이 있다면, 지노도예학교의 디자이너로 등록해 디자인 로열티를 받고 꾸준히 그림을 그립니다.

[상식의 틀을 깬 디자인]

지노도예학교의 도자기는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무지개색 무늬를 띠고 있는 얼룩말이나 잎사귀 위에서 앙증맞은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는 사슴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장애인 직원들의 창의력이 만든 작업물입니다. 지노도예학교의 자유롭지만 자율적인 분위기는 ‘좋은 일터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김종수 대표님의 신념 덕분이기도 합니다. 다른 일터와는 다른, 지노도예학교만의 특별한 점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노도예학교. ⓒ최선영

[지노도예학교에만 없는 특별한 세 가지]

[1. 월요병]

지노도예학교의 도예가 선생님들은 월요병이 없습니다. 천천히 출근하시라고 이야기해도, 출근 시간인 아홉 시보다 훨씬 이른 일곱시 반, 여덟시 반이면 사무실에 나옵니다. 잠이 부족해 낮이면 꾸벅꾸벅 조는데도 꼭 일찍 출근합니다. 일하는 게 놀이처럼 즐거워 일찍 출근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만 해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은, 퇴근도 출근만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퇴근할 때가 되었다고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6시가 되면 쏜살같이 문을 나섭니다.

[2. 창작에 대한 두려움]

비장애인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정답이 들어 있습니다. 입시에도 정답이 있고, 과제에도 정답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정답이 아닌 것 같은 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직원들은 다릅니다. 손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니, 비장애인 직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도예가들이 창의성과 정교함을 서로 가르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예를 전공한 최우경 팀장님은 지노도예학교에서 장애인 도예가들과 어울리며, 혼자 예술을 추구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안으로 파고들며 작품을 만들 때는 미처 채우지 못했던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함께 일하고 배우면서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3. 차별]

지노도예학교의 직원들 사이에는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차별이 없습니다. 각자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지노도예학교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예 제품들의 대부분은 장애인 도예가들이 열심히 만든 것입니다. 가끔은 일하기 싫어 잔꾀를 부를 때도 있지만, 장애인 도예가들도 비장애인 도예가들 못지않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현석. ⓒ최선영

장애인의 재능을 찾아주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게 해주는 지노도예학교에서 이제 현석이는 아름다운 꿈을 위해 날마다 행복을 빚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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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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