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절벽 위에서 우린 무슨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 이지현.

밑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 절벽 위에서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을 만큼 아찔한 순간.

그 순간에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 과연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다른 생각이 들까?

발달장애 아이들은 감각적 불균형을 다양하게 겪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당연히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차단하기 위해 부수적인 행동을 동반했을 것이고 발달 단계 마다 많은 어려움들을 겪었을 것이다. 미처 옆에 있는 누군가, 앞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느낄 겨를도 없이 말이다.

낯선 장소나 새로운 물건,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두려움 없이 호의적인 반응을 무차별적으로 보여야 할 때에도 자신의 안전기지가 되어줄 것에 대하여 탐색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치료 현장에 있으면서 점점 더 감각통합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었다. 전문적인 접근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안의 관계를 깨치면서 세상이 무엇인지를 점차 친숙하게 즐겁게 배우게 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대부분 감각통합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양적, 질적으로 다양하게 경험할수록 몸이 기억하게 되어있다. 극도의 예민함과 자각하지 못하는 무딤 사이에서 세상이 주는 ‘살기에 괜찮은 곳. 믿어도 될 만한 요새’ 같은 느낌을 받기 까진 무수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혼자 내버려 두면 나는 보통, 세상과 단절되어 최면에라도 걸린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몇 시간이고 바닷가에 앉아서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기도 하였다. 모래알의 모양과 윤곽을 정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주변의 풍경이나 소리로부터 단절되어 무아지경에 빠지곤 했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탬플 그랜딘. 양철북(2005) 내용 발췌]

높은 천장이 있는 곳에서 귀를 막거나, 가보지 않은 공간의 문을 들어설 때 오랜 시간 망설이거나, 너무나 세밀하게 무언가를 관찰하는 시선에 대해 낯설게 보지 않는 우리의 감각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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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칼럼리스트
현재 나너우리사회성연구소 대표직과 양천어린이발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회성 그룹언어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며, 발달장애아의 생애주기별 사회적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사회성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즐거운 언어지도에 대한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달장애아의 사회성에 대한 편견을 글로 하나씩 풀어보면서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여 우리가 되는 세상을 꿈꿔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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