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은 12살 뇌성마비 장애 3급이다. 이군은 12살이 되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어머니는 통합교육을 시켜 포용사회의 훌륭한 일군으로 만들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제 초등학교 최고 학년이 되니 아들이 자랑스럽고 이 사회가 고마웠다.

다니는 학교가 경기도 소재 작은 도시이지만 농촌의 인심과 도시의 편의를 고루 누릴 수 있어 이군에게도 매우 좋은 보금자리라 여겼다. 이군은 3월이 되어 개학을 하자 새로이 반편성이 되었다.

그런데 같은 반 아이 4명이 이군을 눈여겨보더니 집단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그러더니 10월에는 아예 이군의 옆자리와 뒷자리로 옮겨왔다. 담임교사는 매월 자리를 추첨하여 재배정하였는데, 이군에게 친한 척을 하여 그들과 짝이 되는 가식을 보였으나, 이군은 거부도 못하고 아찔하고 끔찍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자원하여 이군 주변 자리로 옮기겠다고 하니 담임교사는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였던 것이고, 이군의 찌푸린 얼굴 표정과 풀린 눈동자는 알아보지 못하고 이군에게 그래도 되느냐고 동의만 구하고는 자리 바꾸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지금 와서 담임교사는 왜 그때 강력하게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이군에게 말했다. 이런 경우는 교사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괴롭힘이 아니라 수업시간까지 괴로운 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더욱 기세가 당당해진 친구들은 이제 대놓고 노골적으로 괴롭혔다. 남의 눈은 의식하지 않고 외진 곳이 아닌 아무 곳에서나 괴롭혔다. 담임선생님은 이군과 친구들이 서로 동의를 했으니 그들의 자리는 아예 고정석으로 만들어버렸다.

친구들은 다리가 불편한 이군에게 달리기를 시켰다. 계단 오르내리기도 시키고, 복도에서, 풀밭에서, 거리에서, 운동장에서 다양한 장소에서 달리기를 시켰다. 이군은 3년 전 수술을 하여 겨우 걷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직 다리의 힘이 약하여 과로하면 안 되는 상태였다.

악동 친구들은 이군의 부자연스러운 달리기 모습을 보면서 놀리고 웃고 즐겼다. 이군은 악마를 매일 만나야 했다. 그러다가 괴롭힘은 더욱 심해져갔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는 웃고, 넘어지면 머리를 누르고, 발로 밟고 신음하면 더욱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해드락을 당하여 목이 졸려 실신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이군은 집에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자신으로 인하여 부모의 가슴에 슬픔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절을 한 사실을 알게 된 담임선생님에게도 부모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담임선생님은 올 9월에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해 온 분이신데, 어쩌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스스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니 속으로 무척 고마우면서 다행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폭행은 신고의 의무도 있고 당연히 상부와 부모에게 알렸어야 할 문제였다.

1년간 괴롭힘을 당하면서 속으로 울었어야 했던 이군은 얼마나 그 고통이 심했을까? 자신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오히려 즐기는 괴롭힘은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마음에 모든 삶의 에너지가 몸에서 빠져나갔다.

이군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미국에 사는 이모에게 털어놓았다. 그제야 알게 된 어머니는 학교가 어찌 폭행사건을 피해자가 부모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였다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알리기조차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지금 모든 것이 알려진 마당에 이군은 친구들이 생활기록부에 폭행사실이 남아 인격이 이런 친구들이란 것을 기필코 기록해 두고 싶다고 한다.

이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일 만에 8천명에 이르는 댓글이 붙었다. 비록 어린 학생이라 하더라도 폭행을 한 아이는 소년범으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호소였다. 운동장에서 마음껏 달리는 것이 소원인 이군에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달리기마저 혐오해야 하는 괴롭힘이 이루어졌다.

스스로 달리고 싶은 아이에게 강제로 놀림감으로 달리게 했으니 말이다. 강제로 달리기를 시키고는 “도망가 봐”, “저쪽으로 뛰어봐” 등등 노리개처럼 대했으니 이런 사실을 학교측이 모를 리가 없었다.

침을 뱉기도 하고, 부모까지 욕을 보이며 놀려댔다.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넘어지면 발로 짓밟는 것도 1년이 지나면 되겠지 했는데, 친구들은 계속 이군을 놀려먹기 위해 같은 중학교를 지망했다. 이군은 이 친구의 폭행 사슬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좌절했을까?

다른 반 친구 중 한 명이 이군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담임선생님에게 고했다. 이것 역시 담임성생님의 말이어서 그 전에도 폭행 사실을 알려준 학생이 있었을지 모른다. 설사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담임선생님이 1년간 폭행을 당하는 동안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친구 간 폭행은 교사의 방임이나 무관심, 교사의 비모범적 함부로 대함에서 아이들이 학습하여 폭행으로 발전한다. 담임선생님은 이군과 친구들을 상담하며 쌍방 다툰 것처럼 하였다. 그리고 사과를 하라고 하고 그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친구들은 괴롭히는 것이 별로 벌을 받는 일이 아니라고 여겨서인지, 사과를 한 것이 자존심을 상해서인지, 더더욱 위계상 위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인지 폭행은 더욱 심해졌다.

평소 몸이 불편하여 자주 넘어지고 부딪혀 상처가 많은 데다가 친구들로 인해 더욱 상처가 많아졌으니 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넘어졌다고 말했다. 어쩌면 평소 넘어져서 다쳤던 그 많은 상처들도 사실은 폭행이 아닌지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밤마다 누어서 혼자 울어야 했다.

이군의 신청으로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렸다. 장기에 걸친 상습폭행에 대하여 경찰은 12세 어린이의 일이라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군이 취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학폭위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군은 3월부터 폭행을 당해 왔다고 학폭위에 진술하였으나, 초기경위서를 작성한 교사는 10월부터 폭행을 한 것으로 적었다. 담임고사가 부임해 온 것이 9월이니 그 전의 교사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은폐를 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방어적 행동임이 분명하였다.

이군은 사과로 다시 사건을 무마하려는 친구들을 믿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는 보지 않고 싶다. 보기만 해도 상처가 다시 터지고 분이 살아난다. 전학조치를 하면 친구들이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통계에 의하면 재심에서 피해자의 방어권만 인정하고 가해자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아 재심사실을 가해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전체 학폭위 사건의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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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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